갈수록 망가져만 가는 시리즈와의 재회
기존의 두 전작이 굉장히 취향과 맞지 않았던 탓에, 그리고 이번 3편 역시 평이 좋지 못한 탓에 과연 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기어코 관람하게 된 오늘의 영화 <조선 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 기대도, 걱정도 아닌, 오로지 의무감으로 관람한 이 작품은 아쉽게도 혹은 예상한 그대로 처참하고 또 처참했다. 일단 세 편의 <조선 명탐정>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괴작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온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얼마나 참담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는 일명 도깨비불에 사람들이 타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김민과 그의 파트너 서필이 강화도로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그곳에서 괴력을 가진 의문의 여인 월영을 만나게 되고 그녀도 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깨닫고 함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한과 복수에 의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으며 월영도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흡혈괴마의 비밀'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인간의 피를 먹으며 살아가는 흡혈괴마, 흔히 말해 뱀파이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소재부터 이전 두 편의 영화가 갖췄던 최소한의 개연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는 듯하다. 다소 황당하고 허술할지라도 나름대로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한 것이 이전 시리즈의 스토리였다면 애초에 비현실적이고 판타지 요소가 가득한 흡혈괴마라는 설정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번 영화의 전개는 그야말로 허무맹랑하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눈 꼭 감고 이 흡혈괴마라는 소재는 가볍게 넘어가 보기로 한다면, 과연 이 영화의 다른 요소들은 괜찮을까. 문제는 영화의 그 어떤 것도 전편들보다 돋보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월영의 정체가 드러나는 중후반부 이후의 전개는 마치 어떤 드라마에선가 봤던 것만 같은 기시감을 선사하며 뻔하디 뻔한, 그러면서도 조금의 감동도 선사하지 못함에도 감동을 주기 위해 애쓰는 안타까운 고군분투로만 느껴진다.
그렇게 웃음에 야박한 편이 아님에도 이전 두 편에서 단 한 번도 큰 웃음을 선사하지 못했던 이 시리즈는 이번 영화에서도 그저 작위적으로만 느껴지는 유머 코드 탓에 웃음을 선사하기보다는 내내 심드렁하게 지켜보게 만들고만 말았다. 최소한 인물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것으로 웃음을 유발하려고 했던 2편의 불쾌한 설정보다는 상당 부분 나아지긴 했지만, 오로지 웃음을 자아낼 목적으로 플롯 형성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에피소드가 필요 이상으로 할애되는 것은 오히려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기만 할 뿐이다.
많게는 3편, 4편, 혹은 그 이상까지도 시리즈가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한 할리우드에 비해 배우의 개런티나 제작비 등의 여건으로 인해 국내에선 이렇다 할 시리즈물이 없는 것은 분명 어떤 면에선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시리즈의 명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이 <조선 명탐정> 시리즈라는 것은 어쩌면 더더욱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저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속편을 암시하며 끝이 났지만, 부디 내가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를 볼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언젠가는 김명민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중 단 한편만이라도 만족스럽게 관람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