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4편이 나와야했는가에 대한 명쾌한 대답.
19.06.20. @CGV평촌
국내 개봉 전부터 쏟아진 해외의 극찬 세례로 자연스럽게 기대치가 솟구친 그 영화 <토이 스토리 4>를 오늘의 두번째 영화로 관람하였다. 지난 2010년 개봉한 3편이 트릴로지의 마무리로써 이보다 완벽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기에 4편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만 해도 걱정을 자아내기도 했던 이 영화는, 3편만큼 커다란 감흥을 선사하진 못했지만 왜 굳이 4편이 나와야만 했는가는 충분히 증명해낸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앤디에 이어 보니를 새 주인으로 맞게 된 3편의 엔딩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보니가 유치원 생활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우디의 고군분투가 그려지며 본격적인 흥미를 더한다. 이후 보니가 만들어낸 장난감 포키와의 에피소드를 계기로 우연히 옛 연인 보핍과 재회하면서 우디와 친구들의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여전히 재기발랄한 모험이 펼쳐진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이전 세 편의 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은 관객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한 편의 독립적인 영화로써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그 어느 때보다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우디와 친구들이 온갖 위험천만한 상황에 맞서면서 포키를 무사히 보니의 곁으로 데려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일련의 과정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는 흥미를 자아낸다.
매번 신작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도 그들 각자의 매력을 충실히 살려냈던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강점 또한 이번 영화에서도 제대로 발휘된다. 사실 상 모든 모험의 발단이 되는 포키와 진심으로 아껴주는 주인을 만나 사랑받고 싶어하는 개비개비를 필두로 듀크 카붐, 버니, 더키, 기글 등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 저마다는 각자의 확고한 개성을 발휘하면서 신선한 활력을 더한다.
그렇게 새로운 캐릭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와중에도 영화는 결국 우디를 중심으로 한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작인 <토이 스토리 3>가 시리즈를 보면서 함께 성장한 관객들에게 바치는 헌사의 느낌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시리즈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향한 헌사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장난감으로 살면서 주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온 우디가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 뒤 주체성을 갖게 된 보핍을 만나며 겪는 갈등과 고민, 그리고 결국 그것이 낳는 결말은 이 4편의 가치를 여실히 드러내며 소소한 감동을 자아낸다.
오합지졸의 캐릭터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과정 속에서 긴장과 재미를 이끌어내는 전개,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오는 진한 감동까지. 전반적인 스토리라인은 3편의 플롯과도 무척이나 유사하지만 감동을 이끌어내는 주체를 달리 함으로써 또다른 울림을 선사해내는 이 영화의 매력은, 완벽한 트릴로지의 옥에 티가 되지는 않을까 했던 걱정이 괜한 기우였음을 깨닫게 해주기엔 더할 나위 없어보인다.
다만, 사실 상 모든 포커스가 우디에게 맞춰져 있는 이 영화에서 우디와 함께 시리즈 초반부터 맹활약을 했던 제시, 불스아이, 포테이토 헤드 부부, 슬링키, 햄 등 주요 캐릭터들의 비중은 잠깐씩 발만 담글 정도로 미미한 것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 혹시라도 뜻밖의 5편이 제작되어 그들의 활약상을 더욱 매력적으로 그려낸다면 이 아쉬움은 말끔히 씻겨내려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