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스트>

언론 영화, 성장 영화, 그리고 페미니즘 영화.

by 뭅스타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고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그 셋의 조합만으로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던 이 영화 <더 포스트>는 단순한 언론 영화 이상의 재미와 긴장을 선사하며 가히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니라는 생각을 물씬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영화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담긴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 타임스가 특종 보도하면서 미국 전역이 발칵 뒤집힌 1971의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다. 뉴욕 타임스의 경쟁사인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은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해 후속 보도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캐서린은 자칫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 만큼 위험한 그 사건을 보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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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후 기자로서의 그들의 삶까지 송두리째 바꿀지도 모를 가히 충격적인 사건을 보도할 것인가를 두고 대립하고 고민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당장 2년 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 영화 <더 포스트>는 <스포트라이트>와 전혀 다른 성격을 띠는 영화이기도 하다.


<스포트라이트>가 보스턴지 기자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취재하고 이를 보도하는 과정을 그렸으며 최소한 스포트라이트 팀 내에서는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이를 보도하는 것에 동의했다면, 이 영화 <더 포스트> 속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은 노력 끝에 입수한 자료를 두고 이를 보도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저마다 대립하고 또 대립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언론 영화라기보단 한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서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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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영화의 특별한 요소는 영화의 주체가 되는 인물이 편집장 벤이 아닌, 워싱턴 포스트의 여성 발행인 캐서린이라는 점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제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70년대의 미국 사회에서 그녀는 그녀가 밤새 공부하고 준비했음에도 회의 자리에서 제대로 발언권을 펼치지 못하며,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고 죽기 전까지 남편이 관리했던 그 자리에 앉은 만큼 부족한 것이 많았던 그녀는 그저 남성들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러나 영화 속 캐서린은 결국 워싱턴 포스트를 이끄는 사주로서 어마어마한 특종을 보도할 것인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그 순간 그녀는 비로소 그녀의 지위를, 그녀의 뚝심을, 그녀의 사명감을 발휘하게 되고 결국 이 보도는 미국 사회를 뒤집는 발판이 된다. 그런 점에서 캐서린의 성장영화로도 불리는 이 영화는 남성들에게 억눌려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던 한 여성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녀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영화의 성격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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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로 무려 21번째로 아카데미 후보로 노미네이트 된 메릴 스트립은 머뭇하는 눈빛, 떨리는 눈동자만으로도 캐서린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선보이며 충분히 남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려도 됐을 톰 행크스 역시 영화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메릴 스트립의 경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4인 통화 씬에서의 그녀의 얼굴은 왜 그녀가 명배우인지를 증명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분명 영화는 1971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어쩌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은 트럼프 시대의 현재의 미국과도, 그리고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던 불과 2년 전의 우리나라와도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진실을 숨기고 거짓이 진실인 양 퍼져가는 사회에서 설사 그것이 큰 위험을 초래할지라도 진실을 당당히 밝히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언제 봐도 참 멋있고 훌륭하며, 한편으론 무척이나 씁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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