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결말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거늘.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를 감독과 이원근, 지윤호 두 배우가 참석한 라이브러리 톡으로 관람하였다.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부터 호불호가 다소 갈렸던 이 영화는, 한마디로 그럭저럭 무난하게 지켜보다가 결말에 이르러 적잖은 찝찝함을 선사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결국 영화가 그저 수많은 의문만을 남긴 채 끝나버린 느낌이랄까.
영화는 남편을 필리핀으로 보내고 홀로 아들 수현을 돌보며 살아가던 미경이 어느 날 벌어진 사고로 인해 수현과 그의 친구 용준과의 관계를 알게 된 후 세 남녀가 겪게 되는 일들을 그려나간다. 제대를 기념해 용준과 여행을 떠난 수현은 뜻밖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사고 현장에 남아있던 카메라를 보던 미경은 아들의 친한 친구로만 생각했던 용준이 수현과 사랑하는 사이였음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미경은 수현의 상태를 보러 오는 용준을 점점 쌀쌀맞게 대하기 시작하고 심지어 용준 몰래 병원을 옮기기까지 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계속해서 자칫 한없이 자극적일 수 있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수현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고 미경은 그런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됨과 함께 남편의 불륜 문제로 이혼까지 하게 된다. 여기에 부모의 부재로 갈 곳 없는 처지인 용준은 수현의 사고 이후 방황에 방황을 거듭한다. 이렇게 그 사건들 자체는 꽤나 심각하고 무거운 사건의 연속임에도 불구 이를 특별히 자극적으로 풀어내기보단 내내 담담하고 잔잔하게 다루는 점만큼은 영화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미경의 심리적 갈등 역시 영화의 몰입을 높여준다.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간병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그가 동성애자였으며 예전부터 아들처럼 대해주던 용준이 아들의 연인이었다는 사실까지 한꺼번에 알게 된 미경의 복잡 미묘한 심리는 배종옥 배우의 담백한 연기를 통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더불어 이원근 배우와 지윤호 배우 또한 전혀 성격이 다른 두 캐릭터 용준과 수현을 특별히 두드러지진 않아도 무난하게 소화해낸다. (몇몇 장면에서의 이원근 배우의 연기는 다소 아쉽기도 했지만..)
하지만 영화는 아무리 인물들의 사연을 구구절절 나열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고는 해도 그들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일단 두 젊은 배우가 연기한 용준과 수현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친한 친구가 아닌 사랑하는 연인의 느낌을 단 한 순간도 전달하지 못한다. 미경이 용준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도, 어떻게 용준과 수현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러닝타임을 애써 길게 가져가기 위해 삽입된 듯한 각종 사족들은 더욱 영화를 당황스럽게만 만든다. 무엇보다 아무리 돈도, 갈 곳도 없다지만 용준이 돈을 팔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하는 과정은 영 불쾌하기만 했다.
더불어 영화는 후반부 또 다른 어떤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급격히 감정선을 따라갈 수 없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강력한 스포일러가 되므로 제대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후반 15분 남짓을 남겨둔 상황에서 세 남녀의 감정선은 그 누구도 쉽게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기만 하다. 특히 엔딩 시퀀스는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준 열린 결말이라는 말로는 쉽게 납득할 수 없을 만큼 황당하고 찝찝하게만 다가왔다.
정리하자면 인물들의 감정선을 더욱 설득력 있게 그려냈더라면 국내에서 보기 힘든 제법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될 법했으나 그저 애매하고 찝찝한 영화로 남고만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이후 진행된 라이브러리 톡에서 국내에서 이렇게 잔잔하고 인물들을 감정적으로 부각하지 않는 영화가 나오길 기대했는데 드디어 나온 것 같다고 말한 어떤 관객에게 이곳을 통해서라도, 지금까지 이렇게 잔잔하고 담담하면서도 이보다 명확한 주제의식을 갖춘 영화는 충분히 많았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