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럽지만 사랑스러운 토냐의 일생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피겨 스케이팅 스타이자 트러블 메이커 토냐 하딩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이, 토냐>를 관람하였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작품이자 주인공 토냐를 연기한 마고 로비의 연기 역시 큰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기대가 특히 큰 상태에서 관람한 이 작품은 생각 이상으로 다이내믹하고 생각 이상으로 씁쓸함도 안겨준, 무척이나 매력적인 한편의 블랙 코미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토냐 하딩을 비롯 그녀의 전남편 제프, 그녀의 엄마 라보나 등 여러 인물이 누군가와 인터뷰를 하는 듯한 일종의 페이크 다큐 형식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미국 최초로 트리플 액셀에 성공한 피겨 유망주 토냐의 다사다난한 삶을 120분의 러닝타임 안에 요약하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폭력적인 엄마의 교육 아래 자라며 제대로 누군가에게 사랑받아 본 적 없는 토냐는 오직 피겨만을 생각하며 훈련에 매진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그녀의 선수 생활은 위기를 맞는다.
영화는 대략 한 시간 정도가 흐른 시점을 전후로 분위기를 꽤나 달리 한다. 전반부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토냐가 피겨 선수로 커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기, 혹은 그 가운데 만난 남자 제프와의 다이내믹한 러브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그려냈다면, 일명 '그 사고'로 일컬어지는 결정적인 사건 이후의 스토리는 마치 서늘한 범죄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피겨 스케이팅 인기를 단숨에 식게 만들 만큼 영향력이 엄청났다는 그 사고의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굉장한 몰입감과 씁쓸함을 선사한다.
전작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와 <밀리언 달러 암> 등에서도 주인공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이입하게 만드는 탁월한 연출을 선보인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은 이번에도 그야말로 험난 하디 험난한 삶을 산 토냐에게 위로의 손길을 보내고 싶게 만든다. 전개 중간중간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가 삽입되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연출도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어쩌면 그러한 연출이 지나치게 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영화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이다. 모성애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 차갑고 냉정한 엄마 라보나를 연기한 앨리슨 재니는 놀라우리만큼 이전과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간 영화 중에서 가장 꼴 보기 싫은 남성 캐릭터였다고 할 수 있을 제프를 연기한 세바스찬 스탠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주인공 토냐를 연기한 마고 로비의 열연인데 이번 영화를 위해 5개월 간 피겨 스케이팅 훈련에 매진했다는 그녀는 화려한 스케이팅 실력뿐 아니라 이전보다 몇 배는 더 성숙해진 듯한 감정 연기까지 선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여우주연상 경쟁이 치열한 때에 이 영화가 개봉한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속도감 빠른 전개가 선사하는 쾌감과 어떤 사건이 발생한 후 토냐가 큰 위기를 맞이하는 과정에서의 긴장감, 그리고 결국 토냐가 맞이하는 제2의 인생을 바라보며 적잖은 씁쓸함까지 느끼게 하는, 그 여러 면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큰 매력을 안겨준 실화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큰 고민 없이 다음 주 정식 개봉하면 필히 재관람을 하지 않을까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