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스레드>

이토록 서늘하고 강렬한 사랑이라니.

by 뭅스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작품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팬텀 스레드>를 이동진 평론가의 라이브톡으로 관람하였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할 수밖에 없던 이 영화는 마치 한편의 고전 소설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강렬한 스토리부터 배우들의 호연, 화려한 의상들, 인상적인 음악까지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195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의상 디자이너 레이놀즈와 그의 새로운 연인이 된 알마와의 강렬하고 서늘한, 그만큼 참신하고 때로는 난해하기까지 한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우연히 만난 웨이트리스 알마에게 한눈에 매료된 레이놀즈는 그녀를 새로운 뮤즈로서 옆에 두지만, 그러면서도 의상에 대한 과도한 열정과 집착에 사로잡혀 머지않아 알마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다. 레이놀즈의 그런 성격 탓에 권태를 느끼고 그를 떠났던 그동안의 여인들과는 전혀 다른 알마는 그녀만의 무시무시한 방법으로 자신을 향한 레이놀즈의 사랑을 키워가기 위해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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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에 속하는 이 영화는 130분의 러닝타임 내내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변이 없는 한 아카데미 시상식에 의상상을 거머쥘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극 중 레이놀즈의 디자인에 의해 탄생되는 수많은 드레스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화려함과 고풍스러움으로 관객을 매혹시키며, 줄곧 감독과 함께 작업해온 조니 그린우드 음악 감독의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음악들 또한 영화의 긴장감을 더하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그런 스토리 외적인 요소도 너무나도 매력적이지만 이 영화는 일단 그 기본적인 플롯 자체부터 굉장한 재미와 긴장을 선사한다. 영화는 자신의 일에 지나칠 정도로 애정을 쏟는 디자이너 레이놀즈,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된 새로운 뮤즈 알마, 그리고 레이놀즈의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는 그의 누나 시릴까지 세 인물의 관계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이 주요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독특하며 성격의 입체성을 띤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닐까 싶다. 스포일러를 피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비록 그것이 분명 그릇되고 불완전함을 알지라도 일종의 안정을 위해 사랑을 택하는 두 남녀의 그로테스크한 러브 스토리라고 정의할 수 있을 듯한데, 이 무척이나 독특한 스토리는 액자식 구성의 플롯을 통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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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연기를 잘한다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싶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번 영화에서 역시 일에 대한 열정으로 지나치게 예민해진, 그렇기에 때로는 한없이 여리고 안쓰럽기까지 한 캐릭터 레이놀즈를 완벽히 소화해낸다. 영화를 보며 몇 번이고 이번 작품을 끝으로 연기 생활을 접기로 한 그의 은퇴 선언이 부디 번복되길 바라고 또 바랄 정도로 이러한 명배우를 더 이상 스크린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할 뿐. 레이놀즈의 연인이자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서늘함을 안겨준 인물 알마를 연기한 빅키 크리엡스의 연기 충분히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려도 됐을 만큼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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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후 혼자서 계속 곱씹어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가 하면, 관람한 다른 이들과 일종의 토론을 해보고 싶은 영화도 있다고 했을 때 이 영화 <팬텀 스레드>는 후자에 속한다. 그만큼 영화가 끝난 후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특히 극후 반부 자신에게 닥칠 운명을 알고도 피하지 않고 그 길을 선택하는 레이놀즈의 행동에 대해서는 '과연 나였다면'에 대해 제각기 의견이 다를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많은 이들과 함께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파헤쳐보고 싶은 작품이랄까. 흠잡을 것 없이 완벽해 보이는 극 중 레이놀즈가 제작한 의상들처럼 그 어떤 면에서도 쉽게 단점을 찾을 수 없는, 그래서 조금은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고결하고 숭고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며 그렇기에 앞으로도 두고두고 꺼내어 보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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