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이 리메이크, 꼭 해야만 했을까?

by 뭅스타

임순례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리틀 포레스트>를 관람하였다. 두 편의 일본 원작 영화를 흥미롭게 관람한 데다 개봉 후 관람 평이 꽤나 좋았던 만큼 나름의 기대를 하고 있던 이 작품은, 한마디로 원작의 많은 부분을 적절히 가져왔음에도 불구 왠지 비교적 감흥이 밋밋하게 다가온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임순례 감독의 '냉정히 말해' 실패한 리메이크였던 <남쪽으로 튀어>에 비하면 괜찮은 구석이 많기는 했지만.


영화는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혜원이 한적하게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고향으로 내려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직접 키운 농작물로 한 끼 한 끼를 만들어 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혜원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어린 시절 재하, 은숙과 함께 소박하지만 웃을 일 많은 시골 생활을 하며 사계절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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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대로 이 영화는 리메이크를 국내 정서에 맞게 잘 해낸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이 공존 혹은 충돌하는 작품으로 보인다. 먼저 좋았던 점들을 나열하자면, 시골의 풍경을 고스란히 눈에 담게 해주는 다양한 인서트 컷은 씬과 씬 사이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영화의 안정감을 살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겨울을 시작으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지나 또 다른 봄을 맞이하기까지 각각의 계절마다의 분위기 역시 적절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한 '그들의 캐릭터가 얼마나 극에 어우러지는가'와는 별개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혜원 역을 연기한 김태리 배우는 이전에 그녀가 출연했던 <아가씨>나 <1987>에서와는 또 다른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극의 활기를 더하며, 혜원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하 역의 류준열 배우는 그가 이전까지 출연했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그와 함께 혜원의 엄마 역을 연기한 문소리 배우 또한 많은 것을 내려놓은 듯한 편안한 얼굴로 영화의 무게감을 더해주며 영화의 비타민 같은 역할을 하는 신예 진기주 배우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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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분명 갖출 건 다 갖춘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희한하리만치 확 끌리는 무언가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동명의 원작 영화를 보면서는 '나도 저렇게 한적한 곳에서 편하게 보내고 싶다', 혹은 '저 요리 되게 먹음직스럽겠다' 하는 생각을 내내 했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보기만 할 뿐 특별히 그런 생각들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할까.


아마 그 이유는 왠지 모르게 그 한적한 시골 풍경에 인물들이 온전히 어우러지지 못한 듯 느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혜원이 사계절을 보내는 과정은 정말 그 자체로 자유롭고 편안해 보이기보다는 '자, 지금은 이 계절이니까 이쯤에서 이런 걸 보여줘야 돼' 하는 연출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달까.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이기 때문에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행동하는 것임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이른바 그 '척'이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못했다고 하면 조금 설명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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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원작과 달리 재하와 은숙이라는 두 친구의 비중을 대폭 늘린 것도 득보다는 실로 보인다. 특히 극의 활력을 더한다는 한 가지 목적만으로 설정된 듯한 은숙의 캐릭터는 어딘가 짜증을 불러일으키기만 하며 갑작스레 그 셋의 삼각관계가 그려지는 모습은 정말이지 당혹스럽기만 하다. 물론 일본 원작처럼 잔잔하고 담백함만으로 승부하기엔 국내에서 흥행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하면 애초에 꼭 이 영화를 리메이크해야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이제 개봉 2주 차를 맞이하고 있는 이 작품은 대체로 호평이 많은 입소문을 타고 조용하지만 나쁘지 않은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나에게는 이미 [삼시 세 끼]나 [효리네 민박] 등을 통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터라 어딘가 흉내내기에 급급해 보이던 이 영화가 마냥 별다른 감흥을 선사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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