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 비해 그 어떤 나은 점도 찾을 수 없다.
세 편의 영화를 개봉 전에 관람하기도 한 금주 개봉작 중 오늘의 영화로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주연의 <사라진 밤>을 관람하였다. 지난 2014년 개봉한 <더 바디>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뭐랄까,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원작을 봤기 때문에 감흥이 덜한 걸까 싶을 정도로 보는 내내 특별한 무언가를 조금도 선사하지 못한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왠지 원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결말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처럼, 너무나도 확실히 보이는 복선들과 그에 비해 약하기만 한 긴장감 탓에 찝찝한 아쉬움만을 남긴 영화였다고 할까.
영화는 유명 기업 바론 홀딩스의 회장이자 대학교수 진한의 아내 설희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도 없는 국과수 내에서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사건을 수사하던 중식은 연락을 받고 달려온 남편 진한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플래시백을 통해 진한이 의도적으로 아내를 살해하였음이 드러난다. 이렇게 중식과 진한의 팽팽한 대립이 펼쳐지면서 영화는 관객들이 대체 설희의 시체가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지, 혹은 그녀가 정말 살아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하고 추리하게 만든다.
원작인 <더 바디>가 관람한 지 결말의 충격이 여전히 기억날 정도로 신선했던 만큼, <더 바디>의 리메이크작임을 알고 난 후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커졌던 영화는 아니나 다를까 원작을 관람한 이들이라면 대부분 심드렁하게만 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이 똑 닮아있다. <무간도>와 <디파티드> 같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리메이크작은 원작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 <사라진 밤> 역시 비록 전체 관객 수가 6만 여 명에 불과할 만큼 흥행한 작품은 아니나 개봉한 지 고작 4년밖에 지나지 않은 영화를 구태여 리메이크해야만 했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 연출, 전개 등 모든 면에서 원작에 미치지 못했다.
자신이 죽인 아내의 시체가 사라지고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비밀을 아는 것만 같은 상황에 두려워하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그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는 하나 이 영화의 경우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출에 있어서 많이 약하고 부실하게만 느껴진다. 특히 그 상황 자체로 긴장감을 자아내기보다는 서서히 깔리는 음악을 통해 긴장감을 자아내려는 듯한, 다시 말해 음악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듯한 음악의 활용은 부실한 연출을 애써 덮으려는 안간힘으로만 보인다.
여기에 이른바 한국 영화 특유의 색깔을 더한 각색 역시 진부한 클리셰처럼만 느껴진다. 진한이 이끄는 팀 내 인물 설정은 자신의 일에 투철한 형사, 어딘가 엉성하고 유머러스한 형사, 그리고 선배들에게 할 말 똑 부러지게 하는 당찬 여형사라는 구성이 이미 무수히 많이 봐 온 전형적인 한국 형사물의 그것과 너무나 유사해 보인다. 여기에 재벌가 회장의 남편이라는 점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과정 역시 마냥 진부하게만 느껴지는데, 팀장 중식을 연기한 김상경 배우의 어딘가 과잉으로만 느껴지는 연기는 이 설정의 진부함을 더욱 부각시킬 뿐이다.
원작도 결국 마지막 한 방을 위해서만 달려간다는 점에서 적잖은 혹평을 받았던 상황에서 이 영화 역시 그런 비판을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참신하나, 어떤 면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작위적이고 우연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을 결말은 무척이나 친절하게 설명하고 또 설명하는 대사와 이미 그전에 무척이나 과하게 깔린 복선 덕에 큰 감흥을 선사하지 못한다. 원작에 비해 조금 더 추가된 결말 역시 '봐, 그래도 원작이랑 아예 똑같진 않아'라고 말하기엔 다소 얕은 사족처럼 보이기도 한다.
과연 내가 원작을 보지 않은 채로 이 영화를 봤다면 지금보다 더 만족스러웠을지 혹은 그래도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을지는 쉽사리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골든 슬럼버>부터 <리틀 포레스트>, 그리고 이 영화에 이르기까지 어딘가 원작에 많이 못 미치는 리메이크작이 계속 쏟아지는 상황은 어떤 면에선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러한 잇따른 리메이크작에 대한 아쉬움은, 곧 개봉을 앞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대한 불안과 걱정만을 더욱 키울 뿐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