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재난 영화로써 중간은 해준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신작 <온리 더 브레이브>를 관람하였다. 턱없이 부족한 상영관 탓에 이제야 관람하게 된 이 영화는, 실화 영화만이 선사할 수 있는 감동과 여운만큼은 충분히 자아내지만 그 이전까지의 과정이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쩌면, 러닝타임을 대폭 줄였다면 더욱 훌륭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고 할까.
영화는 지난 2013년 애리조나 주 야넬 힐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을 모티브로 산불에 맞선 그래닛 마운틴 핫샷 팀 소방관들의 사투를 그리고 있다. 선발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항상 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쳐야만 했던 에릭의 소방 팀 크루 7은 연이은 산불을 그들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진화함으로써 핫샷의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이렇게 마을의 영웅으로 불리며 소방관으로서의 그들의 소명을 다하던 그래닛 마운틴 핫샷 팀은 어느 날 야넬 힐에서 발생한 화재가 점점 그 불길이 거세지면서 단숨에 목숨이 위태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산불에 맞서 싸우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거대한 스케일과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화는 전개의 상당 부분을 핫샷 팀원들의 우정, 그리고 자연스레 가족에게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는 그들의 고충을 담아내는 데에 할애한다. 바로 이 점이 이 영화를 마치 오락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으로 승부하는 여타 재난 영화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인 동시에 어쩌면 이 영화의 방향을 다소 흐릿하게 만드는 부분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책무를 다하고자 하는 에릭과 그가 보다 가정에 애정을 쏟길 바라는 그의 아내 아만다의 에피소드나 마약에 찌들어 살던 실패자에서 인정받는 소방관이자 한 가정의 듬직한 가장으로 거듭나게 되는 브랜든의 에피소드는 분명 그 나름대로 적잖은 재미를 선사하기는 하지만, 다소 사족처럼 느껴지는 부분들도 많다 보니 과연 영화의 러닝타임이 133분이나 되어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고 만다. 크루 7이 핫샷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에만 초반 40분가량을 할애하고 있으며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을 야넬 힐 화재가 후반 30분가량에만 다뤄지는 만큼, 보다 많은 부분을 쳐냈다면 더욱 몰입감을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영화가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이 작품은 배우들의 호연과 확실한 메시지로 끝끝내 굉장한 여운을 자아낸다. 영화는 결국 그들의 직업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던 그래닛 마운틴 핫샷 팀원들의 노고를 기리는 한편의 휴먼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약 30분가량에 불과하단 점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던 후반부 야넬 힐 화재 진화 과정은 비록 그 자체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는 않을지라도 이전까지 쌓아온 그들의 전우애와 우정을 통해 꽤나 강렬하고 뭉클하게 다가온다. 특히 어딘가 처연하게 느껴지는 엔딩과 팀원들 한 명 한 명의 실제 모습을 담아낸 크레딧 영상이 연이어 그려지는 마지막은 최근 몇 년 간 본 실화 재난 영화 중 베스트로 꼽고 싶은 <론 서바이버>의 마지막을 떠올리게도 만든다. 임무 도중 숨을 거둔 팀원들 중 절반 가량이 지금의 나보다 어리다는 사실이 더더욱 먹먹하고도 씁쓸한 감동을 자아내기도 하는.
결론적으로 비록 산불 화재에 대응하는 핫샷 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결코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자아내는 재난 영화가 아닌 팀원들 저마다의 사연을 그려내는 데에 집중한 휴먼 영화라는 점에서 영화에 대한 감상은 개개인마다 다를지 몰라도 영화의 엔딩이 선사하는 여운만큼은 대부분의 관객들의 마음 한편에 무척이나 뜨겁게 자리 잡을 듯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분명하다. 뉴스를 통해 그들의 노고에 비해 처우가 많이 부실하다는 것을 종종 접할 수 있는 국내 소방관들이 보다 안락하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