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레이더>

최소한 원작을 잊게 해주기는 하지만..

by 뭅스타

도무지 끌리지 않아 관람을 미뤄왔던 2018년 리부트판 <툼레이더>를 관람하였다. 리부트 된다는 소식이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이 작품은, 다행히도 개인적으론 오락 블록버스터에게 기대하기 마련인 최소한의 재미는 선사해주었다. 다만 그 재미가 말 그대로 최소한에 머물렀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영화는 7년 전 종적을 감춘 아버지가 남긴 단서를 통해 죽음의 신 히미코의 무덤이 있는 전설의 섬으로 떠나는 라라 크로포트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아버지 리처드가 예전부터 전해지던 전설을 믿고 이를 파헤쳐 왔다는 것을 알게 된 라라는 리처드가 실종되기 전에 떠났던 것이 분명한 미지의 섬으로 향하고 그 여정 과정에서 각종 우여곡절을 겪으며 점차 성장해 간다.



이 영화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17년 전 개봉한 2001년작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포트가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기 때문이리라. 당시 라라를 연기한 배우 안젤리나 졸리를 단숨에 최고의 액션 스타로 발돋움시킨 만큼 자칫 그저 비교되기 십상인 상황에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새로운 라라를 걱정했던 것보다는 훌륭히 소화해낸다. 영화 내내 각종 액션을 선보여야 하는 캐릭터를 연기함에도 불구 이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는 그녀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재미를 선사한다고 할까.

영화는 크게 라라가 전설의 섬을 찾아가기까지의 과정, 그곳에서 리처드와 재회하고 트리니티와 맞서는 과정, 그리고 문제의 무덤이 있는 동굴 안으로 향하는 과정, 이렇게 총 세 과정을 중심으로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로 나뉠 수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다름 아닌 영화의 전반부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평범하게 살아가던 라라가 아버지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섬으로 향하기까지의 과정만큼은 나름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흥미를 더한다면 이후의 전개는 그저 여타 블록버스터의 그것과 무척이나 흡사한 기시감의 향연이랄까.



아무리 영화 자체가 스토리보다는 액션에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하지만, 아버지를 찾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있는 라라를 제외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은 그들의 행동을 쉽게 납득시키지 못한다. 그저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하는 의문만을 남길뿐이다. 리처드는 왜 저렇게 세상을 지키고자 하며, 보겔이 소속되어 있는 트리니티는 그 초자연적 힘을 활용해 무엇을 하려는 건지, 라라의 조력자로 나서는 루는 왜 갑자기 든든한 지원군으로 성장하는지 등 개연성을 따져봤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설정들이 넘쳐난달까.

그렇다고 영화의 액션이 확실한 임팩트를 선사하냐고 묻는다면, 아쉽게도 그것 역시 아니다. 영화에서 라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달리고 또 달릴 뿐 아니라 절벽을 오르고 바다로 뛰어들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고생 깨나 했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게 할 뿐 그 어떤 액션도 크게 각인되지 않는다.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을 동굴 시퀀스는 그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다시 보는 듯한 희한한 기시감만을 선사할 뿐 그 어떤 몰입감도, 긴장감도 자아내지 못한다.



정리하자면 마치 지난해 개봉한 <미이라>가 그러했듯 아무 생각 없이 즐길 만한 액션 블록버스터로써의 최소한의 역할은 해내지만 그밖엔 그 어떤 것도 남기지 못한 영화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는 앞으로도 장대한 무언가가 펼쳐질 듯 속편을 암시하며 끝을 맺지만 흥행 전망을 봤을 때 속편이 제작되기는 어려워 보이며, 설사 속편이 제작된다 한들 지금보다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온리 더 브레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