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인 동시에, 독이 되어버린 한국식 각색.
따끈따끈한 신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관람하였다. 동명의 원작이 일본 멜로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과연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었을까 하는 우려 혹은 불신 속에서 관람한 이 작품은 최소한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성공적인 리메이크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원작을 안 본 관객이라면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만큼 한국 감성에 맞게 적절히 각색해낸 작품 같았달까.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과 크게 차이가 없다. 아내 수아가 비가 오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꿈같은 동화를 남기고 떠나버린 이듬해, 장마철이 되자 정말 죽은 아내가 다시 돌아오게 되고, 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맞이하게 된 남편 우진과 그들의 아들 지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작의 그것을 그대로 따른다. 다시 돌아왔지만 이전의 일들을 전혀 기억 못 하는 수아에게 우진이 그들이 어떻게 만나 결혼하게 되었는지를 찬찬히 이야기해주는 과정이나 결국 6주간의 짧은 장마철이 지난 후의 상황이나 마지막 나름의 반전까지 원작을 즐겁게 본 이들이라면 장면 하나하나가 떠오를 것 같은 로맨틱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에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이 영화가 꽤나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이라고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손예진과 소지섭이라는 두 배우의 활약 덕분으로 보인다.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여름향기], [연애시대] 등을 통해 그 누구보다 '멜로퀸'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된 손예진은 이번에도 그 수식어에 걸맞은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그녀의 이전작이 가히 충격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준 <비밀은 없다> 임을 생각했을 때 멜로 영화로의 완벽한 복귀가 더욱 놀랍게 느껴지기도. 또한 원작 속 남자 주인공과 이미지가 많이 달라 걱정이 앞섰던 소지섭 배우 역시 조금은 투박하고 서툰 캐릭터 우진을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할 만큼 보기 좋게 소화해낸다. 여기에 그들의 아들 지호를 연기한 아역 배우 김지환 군의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인상적.
앞서 말했듯 영화는 원작을 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충분히 감동하고 충분히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만큼 멜로 영화로써 제 역할을 다한다. 기억을 잃은 아내와 그녀가 머지않아 다시 떠날 것임을 아는 남편의 로맨스는 그 풋풋하면서도 여린 감성에 다시 한번 녹아들게 만들며, 원작에는 없던 자동차 극장 시퀀스는 이 영화만의 새로운 매력을 더해주기도 한다. 큰 감동을 줬던 원작의 대사들을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이를 어색하지 않게 풀어낸 연출 역시 나름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요소이기도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영화가 제법 나쁘지 않게 느껴진 데에는 '원작이 굉장히 좋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무척이나 뛰어나다고 느껴지는 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원작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할까. 그리고 이 영화가 결국 원작을 뛰어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불필요한 유머 코드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는 앞서 언급한 <클래식>이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같은, 이른바 정통 멜로 영화로 나아갈 수 있음에도 이를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원작에는 없던 우진의 친구 홍구를 큰 비중으로 설정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홍구라는 캐릭터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초중반부의 설정들은 그 유머 요소가 그저 불필요하고 작위적으로만 느껴져 당황스럽기만 하다. 여기에 우진과 수아의 과거 플래시백에서도 굳이 이상한 유머 코드를 집어넣어 어딘가 샛길로 새 버리는 듯한 인상을 남기고 만다. 그 어떤 유머 코드보다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수아가 '이래라저래라'를 '일해라 절해라'로 알고 있다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정리하자면, 최근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나 <사라진 밤> 같은 다른 리메이크작에 비해선 분명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굳이 원작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이른바 '한국식 흥행 코드'를 삽입한 것이 상당 부분 독으로 작용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 누군가 나중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한다면 이 영화가 아닌 원작을 관람하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