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이스트>

매년 나오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 단지 그 정도.

by 뭅스타

너무나도 보고 싶은 두 작품이 개봉했음에도 시간대가 지지리도 안 맞는 탓에 도저히 볼 수 없는 야속한 상황에서, 그래도 뭐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관람하게 된 오늘의 영화 <허리케인 하이스트>. 왠지 B급 재난 영화 냄새를 물씬 풍기는 덕에 일말의 기대도 없이 관람한 이 작품은 일 년에 한 두 편씩은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뻔한 미국 재난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나마 지난해 개봉한 <지오 스톰>보다는 나았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일까.


'허리케인 강도'로 번역할 수 있을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화는 허리케인이 도시를 휩쓴 틈을 타 수 억 달러를 챙기려는 일당들에 맞서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허리케인이 점점 거세지자 대피령이 내려진 도시에 미 연방 재무부 금고를 노리는 범죄 조직이 나타나고, 재무부 특수 요원 케이시와 기상학자 윌은 인질로 잡힌 브리즈도 구하고 범죄 조직의 계획도 막기 위해 허리케인과 맞서 사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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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다른 할리우드 재난 영화와 차별점을 띠는 부분은, 허리케인이라는 자연재해에 맞서는 인간들의 사투라는 기본 플롯에 그 틈을 타 거금을 챙기려는 범죄 조직과의 사투라는 플롯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보통의 재난 영화가 '과연 재난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혹은 (만약 그 재난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면) '과연 저 어마어마한 재해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집중을 하게 만든다면, 여기에 더 나아가 '과연 어떻게 범죄 조직의 계획을 막아낼 수 있을까'까지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은 꽤나 참신한 설정으로 다가오기는 한다.


그리고 단순히 재난 영화로 보자면 재난을 구현한 CG 자체는 나쁘지 않다. 두 형제에게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사건이 그려진 오프닝 시퀀스부터 단숨에 흥미를 유발한 영화는 이후 허리케인 태미가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가는 과정을 꽤나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마치 과거 <인투 더 스톰>을 4D로 보며 재난 영화로써의 재미만큼은 충분히 느꼈던 것처럼, 이 영화도 만약 4D로 봤더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큼은 들게 해주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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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범죄 액션이 더해진 재난 영화라는 점과 허리케인을 구현한 CG가 자연스러웠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스토리 자체는 꽤 당혹스럽다. 재무부 발전기를 고칠 수 있는 수리공 브리즈의 동생이 때마침 재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상학자라는 설정은 애초에 영화가 그것에서부터 출발하니 눈감고 넘어간다고 해도, 영화는 이후 개연성을 처참히 무너뜨리는 전개로 어떤 순간에는 실소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윌과 케이시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벗어나는 쇼핑몰 시퀀스에서는 분명 윌의 형 브리즈까지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함에도 불구 바로 다음 시퀀스에서 윌이 브리즈가 분명 잘 살아있을 것이라고 확신을 하는 것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황당함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


엄연히 빌런이 존재하는 영화임에도 불구 그 빌런이 마지막 순간까지 별다른 임팩트를 선사하지 못하는 것 역시 치명적인 단점이다. 특히 수 억 달러를 가로채려는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 퍼킨즈는 그를 연기한 배우 랄프 이네슨의 어딘가 어색한 연기톤 때문인지 몰라도 영 어설프게만 느껴진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윌과 케이시 역시 결국 재난 영화 속 주인공의 전형적인 클리셰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만 보인다. 그나마 어딘가 때때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속 샤를리즈 테론을 떠올리게도 하는 매기 그레이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단 것이 영화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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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연재해가 곁들여진 범죄 액션 영화라는 설정이 선사하는 참신하고 독특한 재미만큼은 있지만, 그 재미를 넘어서는 또 다른 무언가가 없었다는 점에서 내내 심드렁하게 관람할 수밖에 없던 영화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글쎄, 만약 나에게 재무부 금고의 암호까지 몇 시간만에 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더욱 쉽고 안전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지 않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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