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첫사랑, 그 씁쓸함과 아련함에 대하여.

by 뭅스타

전작 <아이 엠 러브>와 <비거 스플래쉬>를 통해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해온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만으로도 기대치가 상당했던 이 작품은, 그의 전작들만큼 가히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미장센의 향연과 인상적인 음악, 그리고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을 통해 가히 엄청난 여운을 선사한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는 1983년 여름, 이탈리아의 어느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17살 소년 엘리오와 6주간 그 집에 머물게 된 24살 청년 올리버 사이의 은밀하고도 뜨거운 사랑을 그려나간다. 엘리오는 어딘가 거만해 보이는 올리버를 썩 내키지 않아했지만 점점 그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올리버도 엘리오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음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부터 둘의 끝이 정해져 있는 사랑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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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개봉한 <팬텀 스레드>가 마치 고전문학을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실제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믿을 만큼 어딘가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어떤 점에선 왠지 모르게 영화의 전개나 분위기가 1980년작 <라 붐>과도 상당히 닮아있는 듯한 인상을 받게 만든다. 주로 디졸브 효과를 통해 장면이 전환되는 것이나 영화 내내 다양한 인서트 컷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방식 등 이전 두 작품보다 더욱 20세기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_


<캐롤>, <문라이트>, <런던 프라이드>, 그리고 개봉을 앞둔 <120BPM> 등 퀴어 소재의 영화가 숱하게 개봉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온도와 가장 유사해 보인다. 엘리오와 올리버 두 인물은 모두 그들이 애초에 동성애자였기 때문이 아닌, 각각 그 상대가 올리버와 엘리오였기 때문에 서로에게 이끌리고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 그렇기에 다시 말해 아직 그 낯선 사랑이 서툴고 어색하기만 한 인물들처럼 보인다. 방목철이 끝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야 했던 <브로크백 마운틴>처럼 이 영화 역시 올리버가 그곳에 머무는 6주라는 한정된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도 유사하다. 그런 상황에서 영화는 아직 열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그렇기에 아직 미성숙하고 두려운 것이 많은 엘리오의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퀴어 영화를 넘어 한편의 성장 영화로써의 개성도 확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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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영화의 스토리 자체는 꽤나 간단하다. 서로에게 점차 이끌리게 된 두 남자 엘리오와 올리버의 마치 화양연화 같은 6주 간의 짧은 여름 이야기라고. 이렇게 다소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스토리는 두 인물, 더 자세히는 엘리오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중점적으로 그려내면서 한없이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굉장한 재미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각각의 인물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연기 호흡이 크게 한몫하는데, 특히 이 영화 전체가 그 씬을 위해 존재한다고도 느껴지는 마지막 5분 남짓에서의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어떻게 그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충분히 납득하게 만든다. 두 배우 이외에도 차분히 대사를 읊조릴 뿐임에도 제대로 울컥하게 만드는 후반부 '어떤 씬'에서의 마이클 스털버그의 연기도 엄청나다.


분명 그것이 끝까지 이어지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에게 첫사랑의 기억은 아름다우면서도 쓰라리고 행복하면서도 서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성숙해질 수 있을 테고, 그렇기에 비록 그것이 실패로 끝났을지라도 첫사랑은 성장을 위한 좋은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열일곱 살 소년의 한 여름의 꿈같은 첫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이 영화는 어쩌면 다소 진부하고 누구나 알 수도 있는 이 부분을 다시 한번 떠오르게 만들며 아련하고도 먹먹한 여운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아마 못해도 두 번은 더 극장에서 관람에서 관람하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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