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보지 못한, 담백한 케이퍼 무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신작 <로건 럭키>를 관람하였다. 상영관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분명 수요일부턴 그마저도 안 할 것 같아 밤 열 시가 넘은 시간에 나를 용산으로 가게 만든 이 영화는,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매력의 케이퍼 무비라는 점만으로도 그 수고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었다.
영화는 아내와는 이혼하고 직장에서는 쫓겨난 형 지미 로건과 전쟁에서 한쪽 손을 잃은 채 바텐더를 하며 살아가는 동생 클라이드 로건, 그야말로 흙수저 인생인 로건 형제가 일확천금을 꿈꾸며 한탕을 계획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형제는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폭파 전문가 조 뱅과 그의 형제들, 그리고 스피드를 즐기는 여동생 멜리 로건까지 섭외하고 이렇게 함께 팀으로 뭉치게 된 일행들은 다소 황당해 보이는 작전들을 동원하면서 유쾌한 범죄를 벌인다.
한 가지 목표를 갖고 여러 명이 힘을 합친다는 점에서 영화는 흡사 케이퍼 무비의 전형처럼 보인다. <이탈리안 잡>, <나우 유 씨 미> 등 할리우드 영화들부터 <도둑들>, <기술자들>, <꾼> 등 국내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케이퍼 무비가 심심찮게 개봉하는 만큼 자칫 또 한편의 범죄물에 불과할 수도 있을 상황에서, 이 영화 <로건 럭키>는 언급한 영화들과는 또 다른 매력과 개성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영화의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가 연출한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비교하면 더더욱 이 영화만의 개성은 두드러진다. 그 시리즈에서 완전 범죄를 목표로 모인 이들은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었다면, 이 영화에서 인생역전을 목표로 모인 이들은 어딘가 하나같이 어설프고 서툴기만 하다. 오직 떼돈을 벌겠다는 공통의 목적으로 뭉쳤을 뿐 대부분 제대로 범죄를 저지른 적도 없는 이들의 소동극은 과연 정말 성공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모해 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영화는 어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오합지졸 멤버들이 벌이는 범죄 행각이라는 점에서 세련되고 스펙터클한 다른 케이퍼 무비들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배우들의 활약이다. 주인공 지미를 연기한 채닝 테이텀은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내며 아담 드라이버와 라일리 코프 역시 그들이 맡은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소화한다. 특히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다니엘 크레이그인데,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며 고급스러움과 섹시함을 어필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허당 냄새 물씬 나는 캐릭터 조 뱅을 연기하며 이제껏 보지 못한 코믹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더불어 세스 맥팔레인, 세바스찬 스탠, 그리고 힐러리 스웽크 역시 비록 적은 비중임에도 불구 영화의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영화의 호불호를 가장 좌우하는 것은, 거금을 손에 거머쥐려는 이들의 한탕 범죄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르에서 흔히 기대하는 쾌감이나 스릴을 자아내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점일 듯하다. 물론 어떤 부분에서는 꽤나 펑키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때때로 빠른 편집으로 눈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영화는 분명 대체로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흘러간다. 이렇게 마냥 시끌벅적하지도, 스케일이 화려하지도 않은 탓에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화는 중간중간 툭 하고 던지는 유머들과 지미와 딸의 이야기가 자아내는 소소한 감동을 통해 그마저도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특히 <킹스맨 : 골든 서클>에서도 인상 깊게 쓰였던 존 덴버의 명곡 'Take Me Home, Country Roads'가 그 노래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는 어떤 순간의 감동은 꽤나 묵직하다.
정리하자면, 현란한 기술과 화려한 스케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다른 케이퍼 무비들과는 전혀 다른 이 영화만의 조금은 투박하고 소소한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이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가능만 하다면 이 출연진 모두가 또 한 번 활약하는 속편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쉬울 것 같지 않아 혼자만의 바람으로 남겨두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