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 : 업라이징>

전편보다 모든 것이 다운그레이드.

by 뭅스타

1편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퍼시픽 림>의 속편 <퍼시픽 림 : 업라이징>을 관람하였다. 1편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들 중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던 만큼 기대가 썩 크지 않았던 이 영화는 아니나 다를까 나에겐 전편에 이어 여전히 아쉬움 가득한 시리즈가 되고야 말았다. 어쩌면 1편이 그 정도가 된 것도 결국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연출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가 연출이 아닌 제작으로 참여함에서 오는 공백이 여실히 드러난 느낌을 안겨주기도.


영화는 카이주와의 거대한 전쟁을 치른 후 10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다른 차원과 지구를 연결시켜주는 통로 브리치가 차단된 만큼 더 이상 카이주와의 전쟁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새로운 레인저를 육성하며 전투 준비를 해오던 예거 군단은 어느 날 예거 '옵티머스 퓨리'에게 의문의 공격을 받게 되고, 이 공격을 계기로 여전히 카이주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파일럿 아카데미의 교관으로 합류하게 된 제이크와 그의 동료 네이트는 파일럿 훈련생들과 함께 카이저의 공격에 맞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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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가장 차별화되는 이 영화의 특징은 한결 가벼워졌다는 점이다. 전작의 액션은 대부분 어두컴컴한 밤에 펼쳐졌다면 클라이맥스 씬을 비롯해 대부분의 전투가 대낮에 벌어지는 이 영화의 액션들은 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 전편의 예거들에 비해 보다 다양하고 현란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된, 다시 말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예거들의 활약 역시 영화의 보는 재미를 높여주기도 하나, 그런 한편으론 이 영화가 <퍼시픽 림>의 속편이라기보단 어딘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점점 로봇들의 생김새나 기술이 황당할 정도로 다양해진 <트랜스포머>와의 이상한 짬뽕으로 보이기도 한다.


전작이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는 두 인물 롤리와 마코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영화 역시 가족과 관련된 아픔을 간직한다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처음에는 그저 차선책으로써 아카데미의 교관직을 맡게 되었지만 전 세계가 위험에 처하자 앞장서서 나서는 제이크와, 홀로 예거를 만들 만큼 현란한 손재주로 파일럿 교육생이 된 아마라, 이 두 인물이 점점 의기투합하게 되는 과정은 비록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콤비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흥미를 선사하기는 하다. 아마라가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짜증 나는 캐릭터였던 만큼 도저히 그녀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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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캐릭터들의 활약이든 예거와 카이주의 전투이든 적당한 흥미를 선사하는 딱 그 정도에서 멈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물 설정은 그저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형으로 보이고 액션 씬은 특유의 웅장함이나 카리스마를 느끼기엔 무난한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다른 영화에서 보기 힘든 이 영화만의 확실한 개성을 찾기는 힘들었달까. 특히나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위해 설정된 일종의 반전은 전편의 콤비 플레이를 흥미롭게 지켜본 입장에서 그저 황당한 무리수로만 느껴진다. 더불어 조금은 지나칠 정도로 많이 쓰이는 슬로모션 효과는 실소를 유발하기만 하며 불필요한 삼각관계나 수박 겉 핥기 식으로만 다뤄지는 교육생들 간의 대립 또한 영화의 무게감을 떨어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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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영화가 남긴 것은 (무척이나 새삼스럽지만) '할리우드 영화의 중국 자본이 필요 이상으로 개입하면 개연성이 얼마나 산산조각 나는가'일 것이다. 중국 기업이 인수한 레전더리 픽쳐스에서 제작한 작품 아니랄까봐 영화에는 중국 배우가 대거 등장하는데, 극 중 샤오 그룹 CEO로 등장하는 정첨 배우의 표정 변화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일관된 연기는 그야말로 처참하기만 하다. 황당한 연기력에도 불구 할리우드 영화에 잇달아 캐스팅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할 따름. 전편도 북미 성적보다 중국 내 성적이 좋았던 만큼 이번 영화 역시 어쩌면 중국에서는 큰 흥행에 성공할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끝끝내 3편이 제작되더라도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만 같아 속편을 암시하는 영화의 엔딩은 기대보다는 걱정만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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