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을 위한 응원과 위로!
지난해 12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첫 관람했을 때부터 나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그 영화 <소공녀>를 정식 개봉을 통해 다시 한번 관람하였다. 2차를 무조건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만큼 생각보다 이른 개봉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던 상황에 무척이나 이쁜 배지까지 득템할 수 있어 더더욱 행복했던 이번 관람은, 한마디로 처음 봤을 때보다 더더욱 미소에게 큰 애정과 응원을 보내고 싶어지는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는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겨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미소를 중심으로 그녀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그리고 그녀 곁을 지켜주는 남자 친구 한솔만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는 그녀이지만 갑자기 월세와 담배값이 오르자 대책 없이 방을 빼고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당장 잘 곳이 없어진 미소는 대학 시절 함께 밴드부를 했던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며칠간 신세를 질 수 있는지 물어보게 되고 이때부터 미소의 외롭고도 처절한 여정이 펼쳐진다.
이 영화가 유독 크게 와 닿은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현대인들이 느끼는 삶의 고충을 개성 강한 여러 캐릭터들의 매력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낸다는 점 때문이다. 보일러도 없는 방에서 추위와 싸우며 살아가는 인물이자 그녀 나름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주인공 미소를 비롯해 현실에 부딪혀 꿈을 포기한 채 먼 길을 택한 그녀의 남자 친구 한솔, 그리고 꿈과 낭만이 가득했던 대학 시절을 뒤로한 채 그들 나름대로의 각박한 현재를 지내고 있는 미소의 밴드부 동료들까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최소 한 명에게라도 감정적으로 이입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인 설정의 인물들은 내내 씁쓸함과 안타까움 속에서 영화를 관람하게 만든다. 이들 각자의 사연에 다소 영화적인 과장이 더해지긴 했으나 그것 역시 캐릭터의 성격을 더욱 부각시켜주는 좋은 결과를 낳는다.
금전적인 여유는커녕 당장 편히 쉴 곳 하나 없는 신세의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영화는 그 속에 웃음을 자아내는 유머 코드도 알맞게 배치해 영화를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유머 코드들은 자칫 진지해줄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동시에 그 유머가 가미되어 있기에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데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들처럼 단면적인 장면 장면들은 유머를 자아내지만 그것이 한데 모이면 무척이나 먹먹하고 쓰라린 여운을 자아낸다고 할까.
각각의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도 영화의 매력을 높여주는 데에 크게 기여한다. 메인 롤 미소를 연기한 이솜 배우는 외로움과 처절함, 그리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도 느끼는 캐릭터를 한층 더 능숙해진 연기로 소화해냈으며 안재홍, 조수향, 강진아, 김재화, 최덕문 등 일찍이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연기 내공을 키워간 배우들 역시 그 비중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그들이 맡은 캐릭터를 굉장히 매력적으로 소화해냈다. 여기에 깨알 카메오로 등장하는 김희원 배우의 활약까지.
영화를 다시 보며 새삼 느낀 건 미소라는 캐릭터는 최근 몇 년 간 한국 영화에서 본 가장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라는 점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측은하고 안타까울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음에도 무척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그리고 그녀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주위 인물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표하는 미소라는 캐릭터가 갖는 힘 때문이라도 이 영화에 5점 만점을 주는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 역시 그런 미소 같은 존재를 통해 이 각박한 삶 속에서도 작은 여유와 위로를 얻고 싶은 마음 덕에 이 영화가 더욱 사랑스럽고, 그러면서도 참 쓸쓸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저 영화 속 미소가, 그리고 미소같이 힘겨운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들이 좀 더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