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력을 잃은 채 그저 방황만.
추창민 감독의 신작 <7년의 밤>을 관람하였다. 개봉이 계속 미뤄질 때부터 어딘가 기대보단 불안함이 앞섰던 이 작품은 뭐랄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작품이었달까. 그 무엇도 건질 것 없던 상황에 오직 배우들의 연기만 남은 영화였다고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인적 드문 세령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안개가 짙은 밤 우발적으로 교통사고를 낸 남자 현수와 그 사고로 인해 자신의 딸을 잃게 된 남자 영제의 갈등을 중점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아이를 죽였다는 죄책감과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속에서 괴로워하는 현수에게 더욱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영화는 제목 그대로 과거의 사건부터 7년이 흐른 시점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먼저 고백할 것은 발표 이후 계속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던 정유정 작가의 동명 원작을 읽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작을 읽지 않고, 혹은 보지 않고 관람했다는 점에서 CJ의 이전 배급작 <골든 슬럼버>와도 겹치는 이 작품은 결국 <골든 슬럼버>가 그러했듯 원작은 이것보다 분명히 나을 것이라는 확신만을 남길뿐 영화 자체로써 어떤 매력이나 강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것이다. 극초반에 등장하는 사건이며 네이버 영화에서도 나와있는 부분인 만큼 언급을 하자면, 극 중 현수는 여자 아이를 차로 치고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를 강물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현수가 죽인 아이 세령의 아빠 영제는 무차별적으로 자신의 딸을 폭행해오던 사람이다. 다시 말해 영화의 중심이 되는 두 인물은 모두 아빠인 동시에 쉽게 동정과 연민을 느낄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엔딩까지 보고 나면 결국 영화는 이 두 인물에게 일종의 동정을 느끼길 바라는 듯 보인다. 무척 잔잔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면회장 씬에서의 어떤 대사는 이 부성애가 얼마나 이상하고 잘못됐는지를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또한 영화는 크게 7년의 간격을 두고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끼친 영향까지 그리고 있다고 보이지만, 결국 영화 전체적으로 과거의 분량이 8할 가까이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영화 중반부쯤 구태여 7년 뒤 인물들이 처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후 7년 뒤에 버젓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인물들이 연이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다 보니 '어차피 살잖아'라는 생각만을 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굳이 중반부에 삽입된 현재 시퀀스들이 스릴러 영화로써 가질 수 있는 긴장감을 상당 부분 잃는 효과만 낳았다고 할까.
이렇게 참 허점이 많게만 느껴지는 영화임에도 불구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서늘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장동건 배우의 연기를 비롯해 <도희야> 이후 가장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송새벽 배우, 그리고 대체 그래서 그녀가 어떤 사연이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음에도 등장할 때마다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준 이상희 배우의 활약은 무척 두드러진다. 이외에도 고경표, 문정희 배우 등 주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는 제법 안정적으로 느껴지지만 가장 비중이 큰 캐릭터 현수를 연기한 류승룡 배우만큼은 어딘가 아직도 <7번방의 선물>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을 받게 하기도.
이미 개봉 첫날 관객수를 봤을 때 250만 명이라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엔 영 힘들어 보이기에 한편으론 이렇게 까내리는 것이 참 씁쓸하기도 하지만, 확실히 지난해 <불한당>, <남한산성>, <1987> 등의 영화를 제작/배급했던 CJ의 올해 행보는 아직까지 너무나도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