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스티븐 스필버그와 동시대에 산다는 건.

by 뭅스타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레디 플레이어 원>을 관람하였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쏟아지는 호평 탓에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었지만 첫 관람만큼은 무조건 용산 아이맥스 명당에서 하겠다는 생각으로 눈물을 머금고 관람을 미뤄야만 했던 이 작품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면서라도 아이맥스로 관람한 보람은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무척이나 치솟았던 기대치에 비하면 조금은 무난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마치 실제 게임을 하는 듯한 짜릿한 쾌감을 선사해준 것만으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달까.

영화는 각박한 현실에서 벗어나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가상현실 '오아시스'가 발달한 2045년을 배경으로 한다. 오아시스를 개발한 할리데이는 세상을 뜨기 전 가상현실 속에 숨겨둔 세 개의 열쇠를 모두 찾은 사람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과 막대한 재산을 주겠다는 유언을 남기고, 그 재산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고자 하는 IOI의 CEO 놀란은 인력을 동원해 열쇠 찾기에 나선다. 한편 단서를 찾아 열쇠를 획득하고자 하는 웨이드와 그의 일행들은 오아시스가 IOI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고군분투를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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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굉장히 짜릿하면서 통쾌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점점 VR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있는 요즘에 가상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가운데, 그 가상현실 오아시스의 비주얼을 무척이나 화려하고 다이내믹하게 그려낸 시각적 연출은 영화 내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쥬라기 공원>, <킹콩>, <사탄의 인형>, <아이언 자이언트> 등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레퍼런스들은 각각의 작품을 본 이들이라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질 만한 깨알 재미를 선사하며, 특히 실제 촬영지를 그대로 본뜬 <샤이닝> 오마쥬 시퀀스는 가히 압권이다.

별 볼 일 없던 주인공이 환상적인 팀원들과 힘을 합쳐 야망에 빠진 빌런에 맞서는 모험 블록버스터로써 전개 과정 자체가 마냥 새로울 것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사건을 화려한 가상현실 세계와 각박하기만 한 현실 세계라는 두 배경을 오가며 풀어내는 플롯을 통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생기 넘치는 에너지로 꽉꽉 채워 넣는다. 마크 라이런스, 벤 멘델슨, 사이먼 페그부터 타이 쉐리던, 올리비아 쿡 등 각기 다른 두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인상적인 활약 역시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데에 크게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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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결국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메시지일 것이다. <죠스>, <쥬라기 공원>, <E.T.> 등의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영화를 통해 당시 그의 영화를 즐겼던 세대에겐 아련한 과거를 추억하게 만들며, 지금의 세대에겐 현실의 인간관계가 충분히 게임 속 세계의 그것보다 가치 있을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2018년에 가상현실을 소재로 하는 영화를 내놓으면서 아이러니할 정도로 아날로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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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대체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감독들은 이전에도 충분히 많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며 느낀 감탄과 존경은 이전에 느꼈던 그것들과는 분명 다른 듯하다. 앞서 언급했던, 가히 엄청난 오락영화들을 만든 동시에 <쉰들러 리스트>, <뮌헨>, <링컨>, 그리고 <더 포스트>에 이르기까지 사뭇 묵직한 실화 영화도 만들어 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내놓은 또 한편의 오락영화는 그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야말로 처참했던 <마이 리틀 자이언트>를 말끔히 잊게 해 준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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