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링>

스토리가 전형적이어도 적잖은 감동을 자아낼 수 있음을.

by 뭅스타

오랜만에 롯데시네마로 향하게 만든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작 <달링>을 관람하였다. (마찬가지로 단독 개봉작이었던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이후 롯데시네마를 찾은 건 올해 두 번째일 정도이니.) 앤드류 가필드와 클레어 포이가 주연을 맡았다는 것보다 모션 캡처의 달인으로 불리는 앤디 서키스가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한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갔던 이 영화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무난했던 평가 때문에 기대치가 마냥 높지만은 않았던 탓인지 몰라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비록 마냥 새롭지만은 않은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형성을 섬세한 연출로 상쇄시켜준 느낌이랄까.

영화는 첫눈에 서로에게 끌려 순탄하게 결혼까지 하게 된 로빈과 다이애나 부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바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일 정도로 건장하던 로빈이 목 아래로는 신체가 모두 마비되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살아가야 하는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더 이상 삶의 의지를 잃은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힘들어하지만 여전히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다이애나의 헌신과 애정 덕에 점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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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캐번디시와 다이애나 블레이커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는, 때때로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실화가 선사하는 진한 감동과 먹먹한 여운을 고스란히 느끼게 만든다. 목에 구멍을 뚫고 그곳과 연결한 호흡기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그야말로 참담하고 암담한 현실 앞에 좌절하던 로빈이 아내 다이애나와 그에게 다시 세상을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 힘든 상황에서도 다시 삶의 기쁨을 찾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로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조셉 고든 레빗 주연의 <50/50>처럼 불행할 것만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마냥 침울하고 어둡게만 표현하기보다 그 속에 위트와 유머를 가미한 연출이 이 영화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오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남자와 그런 그를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특히 이미 사랑을 싹 틔워가는 도중 후천적 질병을 앓게 된다는 점에서 <사랑에 대한 모든 것>과 많이 닮아있다. 전체적인 플롯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시감을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나 단순히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로빈이 자신과 같은 중증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전개는 이 영화만의 매력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나 이러한 메시지를 더욱 부각하여주기도 하는, 독일로 건너간 로빈이 의사 학회에서 터놓는 일종의 연설은 정말이지 굉장한 감동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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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호연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연기 잘하는 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앤드류 가필드는 오직 얼굴 표정만을 통해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폴리오 바이러스 환자 로빈을 훌륭히 소화해내 그의 날로 발전하는 연기력을 다시 한번 인정하게 만들며, 그의 옆을 지켜주는 다이애나를 연기한 클레어 포이 역시 섬세한 연기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톰 홀랜더, 휴 보네빌, 스테판 망간 등 조연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또한 두드러진다.

어쩌면 그저 암담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을 인물의 이야기를 적절한 위트를 가미하는 한편,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에도 관객의 눈물을 짜내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라고 생각되는 가운데 실화를 소재로 하는 영화인 만큼 분명히 삽입될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 엔딩 이후 삽입된 자막은 예상치 못한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올 가을 개봉 예정인 앤디 서키스의 두 번째 연출작 <모글리>에 대한 기대를 한 단계 높여준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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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영화가 드라마 장르로써의 성격이 강한 만큼 원제인 <Breathe>가 <달링>으로 바뀐 것이나 미국 포스터와 달리 클레어 포이의 의상이나 피부톤을 괴상하게 보정한 국내 포스터는 영화의 만족도와 별개로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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