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마스크>

이토록 흥미진진한 프랑스 영화가 얼마만이던가.

by 뭅스타

어떤 내용인지는 전혀 알지 못한 채 국내외 전문가들의 우수한 평가만을 믿고 관람한 <맨 오브 마스크>. 이 작품은 한마디로, 최근 몇 년 간 프랑스 영화 중에 이렇게 흥미진진한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굉장한 몰입감을 자아낸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프랑스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고 불리는 세자르 영화제에서 감독상, 각색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 절로 납득될 정도로 무척이나 인상적인 영화였다고 할까. (개인적으론 작품상 수상작 <120 BPM>보다 더욱 만족스러운 영화이기도.)

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두 참전용사 알베르와 에두와르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그려나간다. 에두와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알베르는 에두와르가 전쟁 도중 턱을 잃는 끔찍한 부상을 겪자 그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파리의 인적 드문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자신의 참혹한 모습에 삶의 의지를 잃은 에두와르는 이내 다시 그의 재능을 살려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하고 전장에서 돌아왔지만 환영받지 못한 이들은 그 차가운 세상을 향해 기상천외한 사기극을 벌일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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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문학상이라 불리는 공쿠르상을 수상한 피에르 르메트르의 2015년작 [오르부아르]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빨리 원작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117분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 높은 몰입감을 자아낸다. 약 2,000만 유로의 제작비가 동원된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오프닝의 전쟁 시퀀스부터 제법 인상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전장에 비해 나은 것이 없어 보이는 파리에서 살아가야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결국 상대적으로 그들보다 훨씬 부유하고 훨씬 권력 있는 이들에게 맞서는 약자들의 사기 행각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의 블랙 코미디라고도 할 수 있을 영화는, 함부로 이후 내용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매 순간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가 이어진다. 여기에 앞서 말했듯 중간중간 위트가 가미된 대사들도 섞여 있고 유머스러운 캐릭터들의 활약도 이어져 더더욱 이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가장 주축이 되는 두 인물 알베르와 에두와르를 비롯해 그들과 정반대의 위치에 놓여있는 악랄하고 교활한 대위 프라델, 에두와르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를 안겨준 아버지 마르셀,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세 여성 캐릭터 마들렌, 폴린, 루이스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저마다의 개성 역시 무척이나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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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스토리의 힘 때문만은 아니다. 전장의 모습을 부감 쇼트로 촬영한 오프닝부터 인상적으로 느껴진 영화는 이후로도 빈번히 독창적인 카메라 기법을 선보이기도 하고 1910년대 프랑스 파리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미술과 의상을 비롯해 그리고 상황상황에 따라 긴장감과 유쾌함을 더해주는 음악까지 스토리 외적인 연출 역시 무척이나 두드러진다. 때로는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내내 굉장한 에너지를 쏟아내기도.

영화의 주연, 각본, 그리고 연출까지 도맡은 알베르 뒤퐁텔은 각각의 분야 모두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120 BPM>으로 익숙한 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는 에두와르라는 인물의 심리를 대부분 눈빛이나 몸짓으로 표현해야 했음에도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다.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엘르>에서도 호연을 펼쳤던 로랑 라피트 또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악랄함의 끝을 달리는 악역 프라델을 기분 나쁠 정도로 훌륭히 소화해낸다.

정리하자면 전장에서 돌아왔지만 그들을 반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는 차가운 세상에 도전장을 내민 인물들의 사기극이란 점에서 때로는 한없이 씁쓸하고, 때로는 한없이 유쾌하게 느껴진, 그리고 결국 엔딩에 이르러서는 적잖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프랑스 영화는 마냥 어렵고 난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흔쾌히 추천해주고 싶은 무척 대중적이면서 흥미진진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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