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부탁>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

by 뭅스타

2월 개봉작 <환절기>에 이은 이동은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당신의 부탁>. 이 영화는 전편보다 더욱 감각적이면서 매력적인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무난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작에 비해 만족스러웠던 것에 의의를.


영화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가는 효진 앞에 죽은 남편의 아들 종욱이 나타나며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종욱을 보살피던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며 오갈 곳이 없어진 그를 효진이 떠맡게 된 것. 이렇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효진과 종욱의 어색한 동거가 크고 작은 사건들과 함께 펼쳐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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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에서 수현이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엄마 미경과 그의 동성 연인 용준 간의 어색한 관계가 회복해가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린 바 있는 감독은 이번에는 세상을 떠난 경수를 중심으로 그의 아내 효진과 그의 아들 종욱이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서로를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는, 그리고 갈등을 야기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까지 발생하는 가운데 그들이 점점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은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섬세하고 담백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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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절기>가 주요 세 인물의 심리 변화가 쉽게 와 닿지 않아 아쉬웠던 것에 비하면, 이 영화 <당신의 부탁>의 효진과 종욱의 심리 묘사는 더욱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킨다. 남편을 떠나보낸 후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효진은 그녀의 의지와 달리 종욱을 쌀쌀맞게 대하고, 자신의 친엄마를 찾아 나서는 종욱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함께 살게 된 아빠의 애인 효진은 썩 달갑지가 않다. 이 두 인물이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과정은 여러 사건들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개되고, 그런 만큼 이 잔잔한 스토리에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영화의 영제가 <Mothers>인 것도 주목해 볼만 하다. 영화에는 수많은 형태의 '엄마'가 등장한다. 남편의 아들을 키우게 된 효진, 자식을 키울 생각에 설레는 임산부 미란, 효진을 아끼는 만큼 그녀를 타박하는 명자, 그리고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10대 소녀 주미와 종욱이 친엄마로 믿고 싶어 하는 연화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엄마의 형태는 '엄마'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 일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일종의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한다. 하지만 물론 종욱이 효진을 더욱 이해하게 되는 하나의 에피소드라는 점에서 나름의 가치가 있기는 하지만 주미라는 캐릭터의 활약은 어딘가 <제니, 주노>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조금은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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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언급하자면 처음으로 누군가의 엄마를 연기하게 된 배우 임수정은 그녀 특유의 나른하면서도 차분한 연기로 효진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들며, 그녀와 호흡을 맞추는 2001년생의 아역배우 윤찬영의 연기 또한 꽤나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와 더불어 극 중 효진의 친구 미란을 연기하는 이상희 배우의 연기 역시 <연애담>, <아이 캔 스피크>, <7년의 밤>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두드러진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평범하지 않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다루면서 이를 구태여 자극적으로, 혹은 감동적으로 그려내기보단 줄곳 잔잔하고 차분하게 풀어낸 연출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갑작스럽게 몇 개월의 시간을 건너뛰는 편집이나 대화하는 두 인물 간의 클로즈업이 영상미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던 것은 사소하게나마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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