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

인상적이기엔, 이미 너무 진부한 주제.

by 뭅스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내놓은 한편의 장편 영화 <수성못>을 관람하였다. 주변에서의 평가가 꽤나 좋았던 만큼 조금은 기대치가 컸었던 이 영화는, 그래서인지 몰라도 쉽게 이해되지도, 쉽게 공감가지도 않는 아쉬움이 굉장히 크게 다가온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질러놓은 대부분을 수습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실로 당황스러운 관람이었달까.


영화는 대구 수성못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편입 준비생 희정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그려나간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던 희정은 50대 남성이 수성못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위기를 맞게 되고,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남자 영목에게 약점이 잡혀 어쩔 수 없이 그의 일을 돕는 처지에 놓인다. 이렇게 하고 싶은 건 맞지만 그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희정과 어딘가 비밀이 많아 보이는 남자 영목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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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마디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힘든 청춘들을 위로하고, 죽는 것도 힘든 삶을 '그럼에도' 살아가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처럼 보인다. 편입에 성공해 대구를 벗어나 서울에서의 생활을 꿈꾸는 희정과 삶의 목표 없이 방황하며 동반자살 카페의 회원들과 몇 차례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영목의 상반된 모습은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배우들의 호연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로 큰 인기를 얻었던 이세영 배우는 영화의 메인 롤 희정을 연기하면서 전보다 더욱 자연스럽고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한공주>에서 좋은 연기를 펼쳤던 김현준 배우의 활약 역시 두드러진다. (물론 이세영 배우의 대구 사투리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건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남태부, 강신일, 최영주 등 주조연급 배우들의 연기 또한 무척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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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힘들게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뇌를 다룬 영화가 국내외에 굉장히 많은 상황에서 과연 이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유난히 특별하고 매력적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특히 희정과 영목이 이상한 관계로 만나게 되는 초반부만 해도 그 엉뚱하고 독특한 설정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던 영화가 중후반부에 이르러 점점 전형적이고 상투적인 결말로 향하는 과정은 아쉽게 느껴진다.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직전에 내놓은 장편 <아기와 나>의 메시지도 유사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저 그런 KAFA 스타일의 영화같이 느껴지기도.


더불어 모든 장면을 대구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영화가 설정 상에서 희정이 서울로 가게 되는 이야기를 다룰 때의 허술한 옥에 티도 영 거슬리기만 한다. 아무리 봐도 대구 지하철 노선도가 떡하니 보이는데 서울에 올라와있다는 희정의 대사는 과연 이렇게 허술하게 연출해야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남기도 하며 그밖에 영화가 펼쳐놓은 인물 설정들이나 사건들이 제대로 설명되지도, 수습되지도 않은 채 끝나버리는 것도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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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어떤 의미에서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20대 관객으로서 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효과는 분명히 갖추고 있지만 결국 영화 속 인물들이 영화가 끝난 이후로 조금이라도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해선 의문을 남기는, 그만큼 맥없이 끝나버린 듯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쩌면 '세상에 자기 얘기 들어줄 사람 한 명만 있으면 그 사람은 안 죽어요'라는 영화의 대사부터가 조금은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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