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vs 매켄로>

클라이맥스의 몰아치는 쾌감. 그러나 제법 익숙한.

by 뭅스타

197,80년대 테니스 열풍을 이끈 두 선수 비외른 보리와 존 매켄로가 맞붙은 1980년 런던 윔블던 대회 결승전이 펼쳐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 <보리 vs 매켄로>. 이 작품은, 흥미진진한 스포츠 영화이기 이전에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선수가 희대의 라이벌이자 끈끈한 동지로 성장해나간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려나간다.


1980년 런던 윔블던 대회를 앞두고 이미 이전까지 4차례 연속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비외른 보리는 윔블던 5 연속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를 두고 쏠린 스포트라이트에 극심한 부담을 느낀다. 만약 자신이 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할 경우 이전 4연승 기록마저 철저히 잊혀질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그가 혼자 괴로워하는 사이 세계 랭킹 2위의 매켄로는 그의 강력한 라이벌로서 점차 떠오르기 시작한다. 관중을 비난하고 심판의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는 등 비신사적인 매너로 코트의 악동으로 불린 그는 보리를 꺾고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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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부터 결국 1980년 런던 윔블던 대회 결승에서 두 선수가 맞붙게 됨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영화는, 그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향하기 전까지 수많은 플래시백을 통해 두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시간의 순서대로 따졌을 때 테니스 선수로 발돋움하게 된 두 선수의 어린 시절부터 묘사해나가는 영화는 보리 역시 어린 시절 강한 승부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매켄로처럼 다혈질적인 성향을 보였던 때가 있었음을 그리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선수가 테니스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이뤄야겠다는 야망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엔딩 크레딧 때 삽입되는 실제 그 당시 비외른 보리의 모습과 무척이나 흡사한 외모의 배우 스베리르 구드나손은 엄청난 부담감과 압박감 속에서 괴로워하는 보리를 인상적으로 연기하며, 나이가 들수록 점차 발전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샤이아 라보프 역시 존 매켄로를 연기하며 어딘가 보호가 필요해 보이는 그 특유의 악동 캐릭터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낸다. 결국 캐릭터의 힘이 무척 중요한 영화인 만큼 이 두 배우의 활약이 극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해도 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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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전반적으로 두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치중한다면 이 묘사 끝에 찾아온 마지막 윔블던 대회 결승전 경기의 묘사는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극도의 긴장감을 자랑한다. 특히 결국 그 경기의 승자가 누가 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관람한 만큼 대체 이 막상막하의 승부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마치 실제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는 듯이 집중해서 지켜보게 만든다. 이때의 빠른 편집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음악의 활용 역시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바.


다만 세기의 라이벌 간의 짜릿한 승부라는 영화의 소재 자체가 마냥 새롭지만은 않다는 데에서 오는 무난함도 적지 않다. 불과 지난해 개봉한 <빌리 진 킹 : 세기의 대결>부터 스포츠 영화 중 손에 꼽을 정도의 명작이라고 생각하는 <러시 : 더 라이벌> 등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인물이 희대의 승부를 펼친다는 설정의 영화는 이전에도 이미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언급한 두 영화보다 이 영화의 캐릭터 묘사나 메시지가 유난히 돋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심심한 답습처럼 느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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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어쩌면 덴마크 감독이 연출했기 때문일지 몰라도 <보리 vs 매켄로>라는 제목과 달리 스웨덴 출신의 선수 비외른 보리의 비중이 훨씬 크며 상대적으로 존 매켄로라는 인물의 심리 묘사가 적은 탓에, 궁극적으로 밸런스 조절에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위의 언급한 두 영화도 각각 엠마 스톤과 크리스 헴스와스가 연기한 캐릭터의 비중이 더욱 컸던 것은 사실이나 이 영화의 비중 차이는 그것보다 더욱 크게 느껴지므로. 그리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를 보며 매켄로보다 보리를 더욱 응원할 수밖에 없어지는, 다시 말해 중립적인 시각에서 영화를 관람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도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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