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로 가득 찬 SF 블록버스터, 딱 그 정도.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 이후 매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잇는 작품인 동시에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 이은 두 번째 스핀오프 <한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를 기대와 우려 속에서 관람하였다. 익히 알려진 대로 영화 촬영 도중 감독이 해고되고 이후 절반 이상의 분량을 재촬영하는 등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큰 걱정을 안고 볼 수밖에 없던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마냥 새로울 것은 없을지라도 SF 블록버스터로써의 재미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선사해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딘가 꼭 <스타워즈> 시리즈여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존 시리즈의 3편과 4편, 그 중간쯤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한 솔로의 20대 시절을 그리고 있다. 코렐리아 행성에서 노예처럼 살아가던 한은 우여곡절 끝에 행성을 탈출하고 우주 최고의 파일럿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제국군에 합류한다. 우키족 츄바카와 우정을 쌓게 된 그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밀수꾼 베킷 일행과 함께 큰돈을 벌 수 있는 강도 작전에 합류하지만, 드라이덴 보스의 등장과 함께 한의 계획은 점점 꼬여만 간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전혀 관람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볼거리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초반부 코렐리아 행성에서 펼쳐지는 레이싱부터 열차 위에서 펼쳐지는 하이스트 시퀀스, 그리고 케셀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 등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각종 액션은 지난해 개봉한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가 그러했듯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여기에 <스타워즈> 시리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 윌리엄스의 긴박감 넘치는 음악들은 영화의 몰입감을 더해주는데 크게 기여하며, 화려한 비주얼과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구현해낸 현란한 CG 기술도 인상적이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팬들을 환호하게 할 만한 요소 역시 충분하다. 해리슨 포드와 전혀 닮지 않은 외모가 자아내는 어쩔 수 없는 이질감을 잠시 제쳐두자면, 스핀오프의 주인공 한 솔로는 자유분방한 무법자라는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재현해내 큰 매력을 선사한다. 여기에 한 솔로가 영혼의 단짝 츄바카와 만나서 그와 조종사-부조종사라는 관계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으며, 그 등장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밀레니엄 팔콘의 자태도 여전히 인상적이다. 어떻게 밀레니엄 팔콘이 한 솔로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의 과정 또한 나름 설득력 있게 그려내 큰 재미를 선사하는 바.
그 누구 하나 허투루 소비되지 않는 캐릭터들의 활약 역시 두드러진다. 한 솔로와 츄바카는 물론이고 새롭게 등장한 키라, 토비아스 베켓, 드라이덴 보스, 그리고 오리지널 시리즈의 랜도 칼라시안 등 다양한 캐릭터들 모두 인상적으로 각자의 역할을 소화해낸다. 그중에서도 강제로 기술력을 착취당하는 드로이드의 해방을 위해 행동하는 주체적인 성격의 여성 드로이드 L3-37는 랜도와의 이색적인 관계부터 혁명가로서의 활약까지 등장하는 순간마다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만 영화는 앞서 말했듯, 어떤 면에서는 과연 이 영화가 굳이 <스타워즈> 시리즈의 프리퀄 스핀오프여야만 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오리지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요소들, 그리고 한 솔로라는 인물의 성장 과정 정도를 제외하면 <스타트렉> 시리즈, 혹은 새로운 스페이스 오페라 SF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 시리즈만의 확고한 개성은 쉽게 느끼기 힘들다. 결국 이전 시리즈를 관람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어필하기 위한 의도처럼 보이는 지극히 대중적인 줄거리와 플롯이 영화의 장점이 되는 동시에 단점으로도 다가온다고 할까. 물론 기존 시리즈와 별개로 이 프리퀄 스핀오프의 속편이 제작된다면 그때에도 주저 없이 관람할 만큼 매력적이고 또 매력적인 영화였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