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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 오어 데어>

마냥 새롭진 않더라도, 킬링 타임 영화로썬 제격.

by 뭅스타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23 아이덴티티>, 그리고 지난해 큰 인기를 얻은 <겟 아웃>과 <해피 데스 데이>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큰 흥행 성적을 거두며 명실상부 최고의 호러 영화 제작사로 발돋움한 블룸 하우스의 신작 <트루스 오어 데어>를 관람하였다. 로튼토마토 지수 14%, 메타크리틱 점수 35점이라는 처참한 혹평 탓에 왠지 걱정과 불안이 앞섰던 이 작품은, 한마디로 말해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나 무난한 재미를 선사해준 작품이었다. 100분간의 러닝타임 동안 스토리를 예측할 수 없는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낸 것만으로도 제법 만족스러웠던 관람이었달까나.

영화는 봄방학을 맞아 올리비아와 친구들이 멕시코로 휴가를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휴가를 만끽하던 그들은 의문의 남자 카터를 따라 불길한 예감이 감도는 수도원에서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을 하게 되고, 단순히 재미삼아 하게 된 그 게임은 그들 모두를 위험천만한 위기에 빠지게 만든다. 거짓을 말하거나 요구하는 도전에 응하지 않으면 목숨이 걸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설정 아래에서 순서대로 위기를 맞게 되는 올리비아 일행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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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설정 자체가 마냥 신선하거나 참신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생사가 걸린 위험에 빠지게 된 이들이 차례차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설정은 5편까지 제작된 공포 시리즈 <데스티네이션>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며, 그 영화의 설정이 약간 변주된 정도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게도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면 갈수록 개연성은 찾아볼 수 없던 <데스티네이션> 시리즈를 '과연 저 인물은 어떤 방식으로 죽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계속 보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각 어떤 위기를 맞게 되고 과연 그 위기를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영화에 계속 집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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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겟 아웃>으로 인종차별에 관한 메시지를 탁월하게 담아내고 <해피 데스 데이>로 공포와 유머 사이를 넘나들었던 블룸 하우스는 이 영화를 통해서도 여타 하이틴 무비의 전형처럼 보이는 분위기 속에서 호러 장르를 잘 녹아낸 듯 보인다. 어쩌면 인물들에게 질문을 던질 때마다 꿈에 나올까 무서울 정도로 괴기스럽게 변하는 표정 때문일지는 몰라도 영화 내내 '진실 혹은 도전'을 묻는 수차례의 씬들은 그것이 어느 정도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매번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음산한 밤에만 국한되지 않고 해가 쨍쨍한 낮에도 공포를 유발하는 시퀀스가 이어짐에도 인상적인 음향 효과와 화면 정면에 배치한 인물들의 표정 덕에 낮이든 밤이든 나름의 스릴을 선사하는 것 역시 영화의 매력 요소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영화는 인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할지라도 올리비아와 그녀의 단짝 마키, 그리고 마키의 남자 친구이자 올리비아가 짝사랑하는 루카스, 이 세 인물의 복잡한, 혹은 조잡하기까지 한 삼각관계에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할애해 조금은 당혹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게임에 깃든 정체 모를 혼령이 그저 재미 삼아 장난을 이어가고 싶을 뿐 인물들 간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의도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왜 굳이 올리비아와 마키의 관계가 회복과 단절이 반복되는 상황을 겪어야만 하는지도 의문으로 남으며 이렇게 반복되는 상황은 다소 피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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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듯이 과연 이 영화가 어떻게 끝을 맺게 될 것인가에 대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연이어 이어지는 만큼 마지막까지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만큼은 충분히 선사한다. 많은 이들의 후기에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결말 역시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 어딘가 찝찝함을 남기는 것은 사실이나 나름의 복선이 깔려있었음에도 함부로 예상할 수 없던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꽤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바. 비록 평가 자체는 썩 좋지 못하지만 제작비 대비 엄청난 흥행 성적을 거둔 만큼 속편이 제작된다면 그때에도 아마 평가의 호불호와 상관없이 관람하게 될 듯한, 희한한 매력만큼은 분명히 안겨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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