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좋고 싫고를 떠나서, 한없이 이상한 영화로소이다.

by 뭅스타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신작 <다운사이징>을 관람하였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부터 꽤나 보고 싶었던 영화인 만큼 개봉하기만을 기다려왔으나 개봉 이후 평가가 상당히 좋지 못했던 탓에 우려 속에서 관람한 이 작품은, 그냥 간단히 말하자면 굉장히 이상한 영화였다. 별로이거나 싫다는 생각보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정말이지 이상한 영화였달까.

영화는 인구 과잉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인간을 2744분의 1로 줄이는 인간 축소 프로젝트, 이른바 다운사이징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독특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소인이 되면 평소보다 훨씬 부유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는 상황에서 제대로 대출조차 받기 어려웠던 폴 부부도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친구와 가족 곁을 떠나기 두려웠던 아내 오드리가 다운사이징 시술을 포기하고 폴 홀로 소인 세계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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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봤던 <애들이 줄었어요>부터 올해 속편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마블의 <앤트맨>까지 몸이 작아지는 영화는 종종 나왔었지만 이 영화는 인구 과잉으로 인해 환경이 갈수록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간을 축소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여타 영화들과 다른 개성을 갖기는 한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하는 만큼 최소한 이 설정이 호기롭게 펼쳐지는 초반부는 꽤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그저 이상하게만 흘러간다. 어쩌면 아내 오드리가 다운사이징 시술을 포기하고 폴 혼자 남겨진 시점에서부터 일까. 폴이 그의 이웃 두샨의 집에서 녹 란을 만나면서부터 영화는 급격히 분위기를 달리 한다. 베트남에서 시위를 주도하던 중 정부에 의해 강제로 다운사이징 시술을 당하고 이후 한쪽 다리도 잃게 된 녹 란을 보자 폴은 그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나서고 그런 과정에서 다운사이징 세상의 또 다른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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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 그대로 '이상하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초반부와 중후반부의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초반부는 마치 독특한 SF 설정이 가미된 유머러스한 드라마 같은 느낌이라면, 중후반부에 이르러 영화는 급격히 굉장히 교훈적이고 휴머니즘적인 환경 영화처럼 흘러간다. 이렇게 분위기나 장르가 급작스럽게 바뀔 것이라곤 조금도 생각을 못 한 탓에 이러한 변화는 상당히 당혹스럽게 다가온다.

문제는 결국 마지막 순간, 즉 곧 닥쳐올 인류의 종말에 대한 대책이 드러나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과연 이 영화에 다운사이징이란 설정이 꼭 필요했던 걸까'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극후반부까지 보고 나면 인간을 굉장히 작게 만드는 다운사이징 기술이라는 그 소재를 들춰내더라도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충분히 전할 수 있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탓에 어쩌면 이 영화에 가장 핵심이 되는 그 설정이 그저 거대한 사족처럼 느껴지고 만다. 분명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다운사이징 시술을 하게 된 폴이 갑자기 환경을 끔찍이 생각하게 될 때의 당혹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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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의 동양인에 대한 묘사 역시 어딘가 불편하기만 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동양인 캐릭터들은 녹 란을 비롯해 대부분이 하층민으로만 그려진다. 단순 동양인뿐 아니라 보통의 세계보다 더욱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다운사이징 세상에서도 부유한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다수의 미국인과 유럽인이며, 남미인들과 아시아인들은 비교적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간다. 이렇게 빈익빈 부익부가 뚜렷한 그 다운사이징 세상에서의 베트남 캐릭터 녹 란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비단 영화 자체뿐 아니라 국내 번역 탓도 있는데 그녀가 구사하는 영어가 그렇게까지 어설프고 서툴지 않음에도 마치 그렇게 보이기 위해 애쓰는 듯한 이상한 번역이 영화를 한번 더 이상하게 만들어버렸달까.

이 영화까지 출연작 세 편이 연속으로 혹평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맷 데이먼이 아마 그 누구보다 속상하겠지만, 개봉하기를 꽤나 기다렸던 영화가 이다지도 실망스러울 줄 몰랐기에 이 영화를 관람하고 리뷰를 끄적이는 나 역시도 굉장히 속상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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