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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바이, 웬디>

상투적인 메시지라도 이토록 사랑스럽게 풀어낸다면.

by 뭅스타

이렇다 할 대작은 없지만 소소하게 보고 싶은 영화는 꽤나 많이 쏟아진 금주 개봉작 중 첫 영화로 다코타 패닝 주연의 <스탠바이, 웬디>를 관람하였다. 오로지 개인적으로는 2014년 개봉작 <베리 굿 걸>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만나게 된 다코타 패닝의 연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관람한 이 작품은, 조금은 무난하고 심심하게 느껴지는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그러면서도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종의 힐링 무비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9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영화는 재활원에서 센터장 스코티의 보호 아래에서 살아가는 자폐증 소녀 웬디가 일주일 여동안 겪는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잡다한 상식들까지 모두 꿰고 있을 만큼 <스타트렉> 시리즈의 열렬한 팬인 그녀는 파라마운트 픽쳐스에서 개최한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제출할 시나리오를 열심히 써 내려가고, 마감일을 넘기기 전 시나리오를 보내고 공모전에서 당선돼 다시 언니 오드리와 함께 살아가기를 꿈꾼다. 그러나 자폐를 앓는 웬디가 자신의 아이를 해칠까 두려운 마음에 오드리는 그녀의 바람을 내치고, 거기에 좌절하지 않은 웬디는 직접 시나리오를 응모하기 위해 저 멀리 LA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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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는 '자신의 꿈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 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LA까지 여정을 떠나는 주인공의 로드무비'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그녀를 향한 선입견 속에서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그 전개 과정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만의 다른 점은 그 주인공이 자폐를 앓는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정해진 규율에서 벗어나면 극심한 혼란을 느끼는 그녀의 선천적 특징은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긴장을 부여하기도 하고 때때로 생기를 더하기도 한다.


LA로 향하는 웬디의 여정은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면서 내내 숱한 위기를 맞이하지만, 다른 영화들에 비해 이 영화가 다루는 갈등 혹은 사건의 무게는 극히 소소하고 가벼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칫 무난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었을 영화는 상영관을 나서고 집으로 향하는 순간,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순간, 그리고 아마 한동안 영화를 떠올릴 순간순간마다 불현듯 생각날 만한 메시지만큼은 확실히 던져준다. 목표를 갖고 있으면 숱한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그 목표를 향해 전진하라는, 그리고 그렇게 전진하다 보면 분명 한걸음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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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다소 전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메시지임에도 영화는 웬디의 사랑스러운 매력 속에 이 메시지를 확실히 녹아낸다. 대략 두 명 정도의 조연 캐릭터를 제외하면 착한 인물들만 등장하는, 그래서 어쩌면 더 비현실적인 판타지로 느껴질 수 있을 이 영화가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결국 극을 이끄는 캐릭터 웬디에게 감정적으로 이끌렸기 때문일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웬디라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낸 다코타 패닝의 연기가 빛났다고 할 수 있는데, <나우 이즈 굿>, <베리 굿 걸> 등의 작품들을 지나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더욱 성장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듯하다.


우리 모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디디게 되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는 상황은 계속해서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어느 곳이든 첫발을 내딛는 것은 웬디가 그러했듯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지만, 발을 내딛고 전진하고 전진하면 분명 더욱 먼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는 분명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교훈이지만, 이 메시지를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매력과 함께 소소하면서 따뜻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메시지의 상투성과 별개로 잔잔한 여운을 선사해낸다. 마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가 조금은 허황된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들이 보면 더욱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을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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