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자리를 뜰 수 없는 강렬하고도 충격적인 여운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를 통해 정식개봉보다 3주가량 일찍 관람하게 된 오늘의 두번째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초청은 물론 수상까지 이어진 영화제가 수두룩한데다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의 상영 이후 국내 관객들의 후기 역시 꽤나 좋았던 만큼 자연스레 기대가 커졌던 이 작품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는 강렬한 여운을 선사해주었다. 언젠가 거장의 반열에 오를 듯한 신인 감독의 작품을 만나고 나온 듯한 느낌과 함께.
이혼 절차를 받는 부부가 양육권 분쟁 문제를 두고 판사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 오프닝부터 단숨에 굉장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바로 남편과 아내 각자의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인데 남편이 자신과 자녀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해왔다는 아내의 입장, 이것이 그저 모함에 불과하며 자신은 자녀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남편의 입장이 극명히 엇갈리면서 관객들은 그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판사처럼 누구의 말이 진실일지 추측하게 된다.
영화는 머지않아 둘 중 누가 진실을 말했으며 누가 거짓을 말했는지를 공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내려진 잘못된 판결이 얼마나 끔찍하고도 소름끼치는 사건을 야기하게 되었는지를 강렬한 서스펜스로 그려낸다. 다시 아내 미리암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혹은 오로지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앙투안의 집착이 점점 도를 넘는 광기로 변하는 과정은 마치 한편의 공포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섬뜩함을 자아낸다.
직접 영화의 각본까지 맡은 자비에 르그랑 감독은 그의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93분의 러닝타임 내내 극도의 몰입감을 이끌어내는 연출을 선보인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지기 전까지의 장면 묘사는 마치 다르덴 형제의 작품들처럼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에서 인물들을 바라보게 만들고 광기 어린 집착이 묘사되는 후반부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함께 놓여있는 듯한 공포감을 자아내는데, 이렇게 강약의 밸런스를 효과적으로 조절한 감독의 연출은 영화 내내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광기 어린 남편과 불안에 사로잡힌 아내를 각각 연기한 드니 메노셰와 레아 드루케, 두 배우의 인상적인 연기는 이 한편의 강렬한 스릴러에 더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더불어 부모의 갈등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결국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아들 줄리앙을 연기한 토마 지오리아의 가공되지 않은 듯한 연기 역시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때때로 '어떻게 이렇게 찍을 생각을 했을까' 하는 감탄까지 불러일으키는 촬영 방식 역시 영화의 매력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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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는 잠시나마 가족이 웃고 떠들 수 있던 딸 조세핀의 파티 장면에서조차도 관객들을 불안과 두려움의 심리에 내몰리게 만든다. 오직 한 사람만 없으면 모두가 평화로운 나날을 맞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점차 두려움의 주체가 광기로 돌변해가는 과정을 섬뜩하고 강렬하게 표현해낸 이 영화는, 영화의 국내 제목처럼 극중 인물들에게 처한 위험이 엔딩크레딧이 삽입된 이후에도 아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함에 쉽사리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