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를 잡고 볼거리를 놓치다.
북미보다 무려 2주나 일찍 개봉한 SF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을 개봉과 동시에 관람하였다. 전편이 전 세계 16억 불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둔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기대하는 볼거리와 제법 진지한 메시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많은 이들이 단점으로 지적하는 부분들 역시 어느 정도 공감이 되기는 하지만.
영화는 대재앙을 불러온 테마파크 '쥬라기 월드'가 문을 닫은 지 3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테마 파크를 개장한 이슬라 누블라 섬의 화산이 폭발할 조짐을 보이자 미국 내에서는 멸종위기의 공룡들을 화산섬에 그대로 방치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그런 상황에서 쥬라기 월드의 운영 관리자였던 클레어는 록우드의 대리인 밀스의 요청으로 멸종위기의 공룡들을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 위해 공룡 조련사 오웬 등과 함께 다시 섬을 찾는다. 이러한 이들의 여정은 공룡들을 이용해 큰돈을 벌려는 누군가의 거대한 음모가 드러나면서 급격히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야심한 밤에 DNA 추출 작업을 하던 이들이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단숨에 굉장한 몰입감을 자아내는 영화는 이후로도 자연스럽게 숨을 죽인 채 관람하게 될 만큼 엄청난 스릴을 자아내는 시퀀스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특히 이슬라 누블라 섬으로 간 이들이 공룡들의 습격으로 위기를 맞이하는 장면이나 인도미누스 렉스와 렉터의 유전자 교배로 탄생한 인도랩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후반부 시퀀스는 가히 압권. 더불어 오웬의 조련으로 성장한 렉터 블루와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스티키몰로크를 비롯한 각양각색 공룡들의 활약은 어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마치 한편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섬뜩함을 자아내는 와중에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유머 요소 역시 적재적소에 삽입되어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크리스 프랫과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전편에 이어 또 한 번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고 있으며 새롭게 합류한 저스티스 스미스와 다니엘라 피네다, 라프 스팰 등 각자가 맡은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해내는 배우들은 영화의 매력을 더해준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팬이라면 자연스럽게 어떤 장면들을 떠올릴 만한 오마쥬들이 뜻밖의 반가움을 선사하기도 하는 가운데 영화의 긴장감을 극도로 높여주는 데 가장 큰 몫을 한 듯한 마이클 지아치노의 사운드트랙은 그가 작업한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 내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궁극적으로 영화의 호불호는 영화가 화려한 볼거리보다 인간들의 탐욕에 관한 메시지를 부각하는 데에 더욱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좌우될 듯하다. 이미 오리지널 1편부터 이미 시리즈의 중심이 되어온 주제이지만 이를 현시대에 맞게 인상적으로 변형한 메시지는 일종의 답습에도 불구하고 제법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만, 영화가 중반부에 접어들면 이러한 메시지의 부각을 위해 공룡들이 주가 아닌 보조로 밀려난다는 점은 공룡들이 활발히 활약하고 이를 거대한 스케일로 구현해낸 블록버스터를 기대했을 관객들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로 다가올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선 이미 이전 네 편의 영화에서 각종 공룡들이 어마어마한 활약을 해 온 만큼 이렇게 메시지를 진중한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이 영화만의 개성처럼 느껴지기는 했지만, 어쩌면 여름 블록버스터로써 메시지보다 스케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옳은 길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시리즈가 앞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만큼은 충분히 남겨둔 영화이자 내놓는 작품마다 취향을 저격했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에 대한 신뢰를 높여주기에도 충분한 작품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마이클 지아치노의 강렬한 음악을 들으면서 엔딩 크레디트가 끝날 때까지 남아있었더니 뜻밖의 쿠키영상이 펼쳐지기는 했으나, 차마 이 쿠키영상을 꼭 봐야만 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