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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스 하이드>

오로지 이자벨 위페르만 남은 괴작.

by 뭅스타

요새 스크린을 통해 굉장히 자주 만나고 있는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미세스 하이드>를 관람하였다. 고전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독특하게 각색한 이 영화는 뭐랄까, 결국은 그 독특함 이외엔 남는 것이 없는 듯한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상한 찝찝함만을 남긴 채 끝나버린 무척 그로테스크한 괴작이었달까..


영화는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교사 지킬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따분하고 지루한 이론 수업만을 고수하는 지킬은 수업 시간 내내 학생들에게 무시와 놀림을 당하며 동료 교사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자신을 향한 학생들의 갖은 괴롭힘을 그대로 당하기만 하던 지킬은 벼락 치던 날 실험을 하던 도중 어떤 충격으로 인해 기절하게 되고 이후 예기치 못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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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사고를 겪은 후 지킬의 삶은 이전과 전혀 다르게 변한다.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던 소심한 성격의 그녀는 제멋대로인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지킬을 괴롭히던 학생 말릭 또한 지킬의 적극적인 수업에 자연스레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고 이후 의지와 상관없이 새벽마다 거리로 나가게 된 지킬은 그녀가 얻게 된 특이한 능력을 통해 끔찍한 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영화는 교권이 추락한 프랑스 학교의 한 면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그려내고자 한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보인다. 비록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지키려 한 인물의 내재된 욕망이 표출되는 과정은 그런 점에서 제법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게 그동안 감쳐야 했던 욕구를 제대로 펼치게 된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파이트 클럽>을 떠올리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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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는 그 독특한 소재가 주는 흥미를 제외하면 어딘가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확실한 이유 혹은 계기가 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킬이 갑자기 학생들에게 인정을 받게 되고, 철없던 말릭 또한 하루아침에 지킬을 존중하게 된다는 점은 다소 뜬금없게 다가온다. 특히나 새벽에 공원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은 애초에 기괴함을 의도한 듯한 설정 때문인지 몰라도 그저 황당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영화는 포스터 카피에도 쓰여있는 것처럼 이상하디 이상한 괴작이다. 메시지만 빛날 뿐 스토리 상의 개연성도, 인물 설정도 무척 당혹스럽기만 영화는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와 만나 그나마 힘을 얻는다. 학생들의 기에 눌려있던 초반부터 사고 이후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미스터리한 인물로 변모해가기까지 입체적인 성격의 지킬은 그녀만의 깊이 있는 연기와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소화한 이자벨 위페르의 호연과 어우러져 매력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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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만큼은 명확해 보이지만 결국 이를 뚜렷하게 전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더불어 무척이나 독특한 소재 역시 그저 괴기하게 느껴지는 데에 그치고 만 영화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만약 이토록 그로테스크한 영화에 이자벨 위페르마저 없었다면 어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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