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8>

케이퍼 무비만의 매력을 전혀 찾을 수 없다.

by 뭅스타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따끈따끈한 신작 <오션스 8>을 관람하였다. 지난 2007년 개봉한 <오션스 13> 이후 11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이자 기존의 남성 중심이었던 설정을 여성 중심으로 확 바꾼 이 작품은, 한마디로 요약해 최근에 본 그 어떤 케이퍼 무비보다도 심심하고 따분한 영화였다고 할 수 있겠다.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는 밋밋한 전개 속에서 오직 배우들의 활약만 남은 영화였달까.

기존의 <오션스> 시리즈를 이끌었던 대니의 여동생 대비는 5년간의 수감 생활을 끝내고 출소하자마자 오랜 동료 루와 함께 1억 5천만 달러짜리 보석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보석 전문가, 소매치기, 해커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까지 가세한 대비 일행은 몇 주간 노력을 거듭한 끝에 기다리고 기다린 디데이를 맞이한다.

ㅐㅇㄴㄹㄴㄴ.jpg


어쩌면 관객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그들이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최소한 이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모든 작전을 계획한 대비 역의 산드라 블록과 눈빛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케이트 블란쳇을 비롯해 앤 해서웨이, 헬레나 본햄 카터, 사라 폴슨, 민디 캘링, 리한나, 그리고 확실한 임팩트를 선사한 신예 아콰피나까지. 쟁쟁한 여덟 명의 여배우들은 그들 각자의 개성을 충분히 발산해내며 극의 활력을 더한다.

하지만 영화는 아쉽게도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것 이외엔 쉽게 장점을 찾기가 힘들다.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치밀하다는 것이다. 여타 케이퍼 무비가 한탕을 노리는 팀원들의 계획이 크고 작은 위기를 맞이하고, 그들이 내외부적인 갈등 상황과 직면하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과정을 통해 흥미를 유발한다면 이 영화는 모든 일이 그저 대비와 팀원들이 계획한 그대로 너무나도 순조롭게 진행된다. 어쩌면 작전 자체를 뒤엎어야 할지도 모를 예상치 못한 변수가 영화 중반부에 그려지지만 이 역시 5분이 채 안 돼 해결해버리고 마니 그저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그들의 범죄를 밋밋하게 지켜볼 뿐이다.

MV5BMTk5Njk0MTkxNl5BMl5BanBnXkFtZTgwMjkwNTc1NTM@._V1_SX1777_CR0,0,1777,746_AL_.jpg


이러한 단점은 과거의 <오션스> 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 없이 지난해 깜짝 재미를 안겨준 태국판 케이퍼 무비 <배드 지니어스>와 비교하더라도 극명히 드러난다. <배드 지니어스>가 영화 초반부터 쫄깃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그들의 계획이 잘못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관람하게 만들었다면, 이 영화는 그들의 범죄 행각을 지켜보는 내내 단 한순간도 이렇다 할 긴장을 선사하지 못한다. 이러한 단점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오션스> 시리즈의 형식을 국내 정서에 맞게 잘 옮겨온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은 물론이고 비록 어느 순간 산으로 흘러가긴 하지만 범죄 행각 자체는 흥미롭게 다가온 <기술자들>이나 <꾼> 같은 영화보다도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이쯤 되면 결국 영화는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돈 치들 등 남배우들의 활약을 앞세운 과거의 <오션스> 시리즈의 설정을 여배우들로 새롭게 구성해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 어떤 것도 남는 것이 없게만 보인다. 어쩌면 남성 캐릭터에게 의존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을 내세웠다는 점만으로도 그 나름대로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요소마저 큰 인기를 얻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성별 바꾸기'를 보다 매력적으로, 보다 흥미롭게 그려낸 폴 페이그 감독의 2016년작 <고스트 버스터즈>가 이뤄낸 성과가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ㅐㅇㄹㄴ.jpg


정리하자면 어떻게 이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케이퍼 무비가 갖춰야 할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나 재미를 제대로 선사하지 못한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에라도 이 영화가 흥행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어 속편이 제작된다면, 그때는 부디 지금보다는 촘촘하고 짜임새 있는 작품으로 찾아오길 바라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라비, 이것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