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유쾌하고 매력 넘치는 코미디라니!
개봉 3주 차에 접어들며 상영회차가 굉장히 줄어든 탓에 결국 극장에서 못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을 CGV라이브러리톡을 통해 드디어 관람하였다. 보고 난 소감을 간단히 말하자면, 뒤늦게라도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물씬하게 해 준 유쾌한 관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관객이 코미디 장르물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영화는 웨딩플래너 맥스와 그의 직원들이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루 동안 그들이 겪는 일들을 그려나간다. 결혼식이 치러지기 몇 시간 전부터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이 끝난 다음날 아침까지의 시간 동안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연이어 겪게 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한없이 코믹하고 때로는 희한할 정도로 긴장감 있게 다가온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115분이라는 결코 짧지만은 않은 러닝타임을 계속해서 크고 작은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맥스와 직원들의 우여곡절로 채워 넣음으로써 지루할 틈 없이 전개에 빠져들게 만든다는 점이다. 17세기에 지어진 고성에서 밤새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음식부터 밴드 음악, 준비한 행사, 심지어 폭죽까지 무엇 하나 계획대로 되는 것 없이 수틀리기만 하는 상황의 반복은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낸다. 더불어 영화의 마지막까지 샛길로 새는 일 없이 이렇게 유쾌한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 또한 이 영화의 강점으로 보인다.
영화가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주인공 맥스를 비롯해 열 명 이상의 인물들이 적잖은 비중으로 그려짐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누구도 허투루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파티를 성공적으로 끝내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혀있는 맥스부터 철없는 그의 친구이자 사진작가인 기, 오랜만에 만난 신부에게 작업을 거는 맥스의 처남 줄리앙, 완벽해 보이지만 허당기 넘치는 신랑 피에르, 영화 중반부 큰 웃음을 책임지는 회사의 2인자 아델과 밴드 보컬 제임스, 그리고 새미, 조시안 등 미처 언급하지 못한 캐릭터들까지. 각자의 매력이 너무나도 똑 부러지는 인물들 저마다가 두드러지는 활약을 선보이고, 그 결과 그 어떤 캐릭터도 마냥 밉지만은 않은 개성과 매력을 자아낸다는 점은 굉장한 장점으로 다가온다. 각각의 캐릭터들을 소화해 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
이 영화의 코미디가 더욱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까닭은 수많은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마냥 희화화하지도 않으며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가학적인 설정을 부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조금은 부수적인 존재들처럼 보였던 두 명의 스리랑카 노동자들에게도 후반부에 이르러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함으로써 연령과 계층, 인종에 상관없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도록 설정한 시나리오의 힘도 제법 강하게 다가온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전개로 웃음을 자아내는 스토리 자체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마치 <버드맨>을 연상케 하기도 하는 장면 전환 과정에서의 흥겨운 드럼 비트, 세트가 아닌 로케이션 촬영을 하며 고성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적 배경을 인상적으로 활용한 촬영과 편집 역시 두드러진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언터쳐블 : 1%의 우정>을 공동 연출하기도 한 두 감독이 다시 힘을 합쳐 만들어낸 이 유쾌한 코미디는 앞으로도 이들의 신작은 주저 없이 관람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 무엇도 계획대로 되는 것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꼬이고 꼬이지만 제목 그대로 결국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기에, 그리고 그 또한 훗날 유쾌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에 한 번쯤 겪어볼 만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