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보다 진일보한 재미로 가득한 속편.
지난 2015년, 추석 시즌에 개봉하여 알짜배기 흥행에 성공한 <탐정 : 더 비기닝>의 속편 <탐정 : 리턴즈>를 관람하였다. 애초에 제목에서부터 '더 비기닝'이라는 부제를 내걸었던 만큼 시리즈물로 이어가고 싶어 한단 것은 일찍부터 알았지만 개인적으로 5점 만점에 2점을 줄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터라, 속편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불안과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대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관람한 이 작품은 확실히 전편보다는 여러 면에서 진일보한 느낌을 선사하며 의외의 재미를 안겨주었다._
만화방 주인 대만과 광역수사대 출신 형사 태수는 전편의 주요 사건으로 펼쳐진 미제 사건을 해결한 후 대한민국 최초 탐정사무소를 개업한다. 어떤 의뢰도 없이 파리만 날리던 그들의 탐정사무소에 실종된 약혼자를 찾는 한 여자가 방문하고 약혼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들은 이 사건이 단순 사고사가 아닌 살인 사건이라는 추측 혹은 확신을 품고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영화의 전편인 <탐정 : 더 비기닝>은 일종의 추리물로써도, 코믹물로써도, 혹은 부부 관계를 다룬 가족 영화로써도 장점을 찾아볼 수 없던 총체적 난국으로 기억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 영화는 이 언급한 세 가지 요소 각각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형보다 나은 아우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물론 탐정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으로 탐정 행세를 하기 시작하는 대만과 태수가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아무리 형사 출신의 태수가 있다고 한들) 그들이 일반인인 걸 감안하면 영 힘들 것만 같은 CCTV 기록, 의료 기록까지 파헤칠 정도로 주도면밀하다는 것은 개연성 측면에서 황당하기 짝이 없지만 이를 눈 딱 감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전편이 대만을 연기한 권상우 배우의 원맨쇼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단 한순간도 웃음을 선사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작위적인 웃음보다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애쓴 듯한 발전된 시나리오의 힘도 돋보인다. 특히 이번 영화에 새롭게 합류한 여치 역의 이광수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쌓아온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그대로 갖고 온 듯한 톡톡 튀는 활약으로 영화의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 역시 전편에 비하면 보다 탄탄하게 느껴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는 <탐정 : 더 비기닝>의 반전보다는 보다 개연성 있게 다가오고,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굴까 하는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며 대만과 태수의 추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긴장감도 나름 적지 않게 느껴진다. 결론적으로 영화에서 다뤄지는 사건의 소재가 <청년 경찰>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사건의 심각함에 비해 내내 가학적인 웃음을 유발하며 되려 불쾌감을 선사했던 <청년 경찰>에 비해 웃길 때와 진지할 때를 보다 확실히 구분한 듯한 이 영화에 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시작으로 <바람 바람 바람>, <챔피언>, <레슬러> 등 다양한 한국 코미디 영화들이 상반기 극장가를 찾았지만 하나같이 썩 만족스럽지 못했던 상황에서 그나마 건질 만한 한국 코미디물이 나온 것 같아 의외의 재미를 안겨주기도, 제법 반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두 남자의 활약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한국 버디 무비의 대표 격인 <조선 명탐정> 시리즈는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각시투구꽃의 비밀>부터 올해 개봉한 3편까지 모두 처참하고 아쉽게만 느껴졌다. 그런 만큼 이번 영화도 흥행에 성공해 속편이 제작된다면, 이 <탐정> 시리즈만큼은 이번의 재미를 그대로 이어가며 한국 코미디 시리즈의 한 챕터를 멋지게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1편을 그렇게나 매정하게 까내렸던 내가 이 영화의 세 번째 속편까지 기대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