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드나잇 선>

소재의 진부함에도 결국 통하는 감성.

by 뭅스타

금주 개봉작 중에선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인 <미드나잇 선>을 관람하였다. YUI 주연의 일본 영화 <태양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진부할 수 있는 소재와 전형적인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낮았던 기대치에 비해서는 제법 볼만한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처참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해외 평가를 생각하면 더더욱 나쁘지 않게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영화는 태양에 노출되면 죽을 수도 있는 색소성 건피증, 이른바 XP라 불리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10대 소녀 케이티와 그녀가 오래전부터 홀로 짝사랑해왔던 남자 찰리의 풋풋하고도 애틋한 로맨스를 그려나간다. 여느 때처럼 해가 저문 밤에 버스킹을 하던 케이티는 그녀의 목소리에 이끌린 찰리와 대면하게 되고, 자신의 병을 숨긴 채 찰리와 사랑을 싹 틔워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미 영화 시작부터 모든 관객이 예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 다시 말해 케이티의 병이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고 그렇게 둘의 사랑 역시 불가피하게 위기를 맞이한다.


wereree.jpg


질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이성과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설정은 그것만으로도 <나우 이즈 굿>, <안녕, 헤이즐>, <미 비포 유> 등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떠올리게 할 만큼 더 이상 새로울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소재임은 분명하다. 이미 케이티가 자신의 질병을 고백하는 오프닝부터 결국 이 영화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지는 훤히 보이며 관객은 그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라인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갈 뿐이다. 다시 말해 뻔하디 뻔한 클리셰의 향연처럼 느껴질 여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희한하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매력을 선사하기도 한다.


가장 돋보이는 영화의 장점은 로맨스 영화로써 관객들의 감성을 사로잡을만한 요소들은 충분히 갖춘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케이티가 찰리와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부터, 이후 둘의 사랑이 진전되고 점점 발전하는 과정은 무척 사랑스럽고 풋풋하게 느껴져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여섯 살 때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한 배우 겸 싱어송라이터 벨라 손과 이름만으로도 누구의 아들인지 예상할 수 있을 패트릭 슈왈제네거, 두 배우는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을 선보이며 영화 내내 두 인물의 로맨스에 빠져들게 만들며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을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롭 리글, 퀸 쉐퍼드 등 조연배우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wdfs.jpg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포인트 중 하나는 노래이다. 어린 시절부터 또래와 어울릴 수 없던 탓에 노래를 만들고 기타를 연주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는 케이티의 인물 설정 상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은데, 영화를 위해 작곡했다는 곡들부터 중간중간 삽입되는 곡들까지 흘러나오는 수많은 음악들은 극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켜주는 데에 크게 한몫한다. 특히 찰리를 만난 후 달라진 케이티의 심정이 노랫말에 고스란히 녹아든 'Charlie's Song'이 연주되는 클라이맥스의 감동은 적지 않다.


시한부라는 소재는 이미 결말을 예고하면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꽤나 위험 부담이 큰 설정일 것이다. 결국 끝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 스토리를,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로 풀어냄에도 잔잔하게나마 감동과 여운을 선사해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감성 코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자칫 신파로 빠질 가능성이 적잖은 설정에도 불구 마지막까지 잔잔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이어간 연출이나,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을 사족을 배제하고 92분이라는 러닝타임 내에 모든 이야기를 끝맺은 점 또한 제법 만족스러운 감상으로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개들의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