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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시리즈의 시작으로썬 굿, 온전한 하나의 영화로썬 글쎄.

by 뭅스타

나름 기대작들이 한 번에 개봉한 금주의 첫 영화로 진작부터 화제를 불러 모은 <마녀>를 관람하였다. 더 이상 <신세계> 감독이라는 타이틀만으로 기대감을 갖기엔 이후에 내놓은 <대호>와 <브이아이피>가 흥행과 평가에서 모두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기에, 걱정 속에서 관람한 이 작품은 최소한 <브이아이피>에 비해서는 여러모로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을 영화였다. 한국 영화에선 쉽게 보기 어려웠던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오는 신선함과 그럼에도 마냥 좋다고 하기엔 찝찝한 아쉬움이 공존하는 작품이었다고 할까.

영화는 의문의 시설에서 탈출한 누군가를 좇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오프닝부터 단숨에 시선을 잡아끈다. 기억을 잃은 채 우연히 만난 노부부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고등학생 소녀 자윤은 우승상금이 5억이라는 말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매스컴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후 자윤의 앞에는 의문의 남자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 어느 날 밤 그녀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그들을 따라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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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한적한 시골에서 당차게 살아가는 자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려나가는 전반부와 그녀를 위협하는 이들에게 맞서는 액션이 현란하게 펼쳐지는 후반부로 나뉜다. 오프닝부터 자윤의 전사에 대해 짧게나마 그려낸 만큼 관객들은 그녀가 대체 어린 시절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녀에게 접근하는 인물들의 정체는 무엇일지 계속 추측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드라마 요소가 강한 전반부도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후반부에 휘몰아치는 액션 시퀀스들은 꽤나 인상적이다. 여러 기사나 리뷰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이 영화의 액션이 한국 영화에 길이 남을 정도로 엄청난 임팩트를 선사했는지까지는 크게 동의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마치 할리우드 히어로물을 보는 듯한 화려한 액션들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하기엔 충분하다. <독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기도 할 만큼, 피가 낭자하는 각종 액션들은 감독이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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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 1의 경쟁률을 뚫고 영화의 메인 롤 자윤 역을 꿰찬 김다미 배우는 순수한 여고생의 얼굴과 잔혹한 인간병기의 얼굴이라는, 전혀 상반되는 두 모습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내며 배우로서 그녀가 앞으로 보여줄 활약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녀 이외에도 조민수, 박희순 배우는 이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 최우식 배우의 악랄한 연기도 신선하게는 다가오지만 조금은 필요 이상으로 장난기 섞인 모습은 그의 과거를 고려했을 때 조금은 만화적인 인물 설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대체로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임은 분명하지만, 타이틀부터가 <마녀>인 영화임을 감안했을 때 주인공 자윤의 삶을 묘사한 초중반부가 모든 것이 드러난 후반부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길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낳기도 한다. 제아무리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속편을 위한 예고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온전히 하나의 영화로 봤을 땐 지나치게 사족이 긴 느낌을 받게 만드는 것이 사실. 게다가 감독이 이미 5년 전 개봉한 그의 대표작 <신세계>의 속편 제작 계획을 밝힌 채 잠정 무산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속편에 기대지 않은 하나의 완전한 작품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찝찝함을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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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캐릭터도, 소재도 무척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만약 이 영화의 속편이 순조롭게 제작된다면 주저 없이 달려가 관람하고 싶을 만큼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한국 액션 영화로써 갖는 개성과 장점 역시 상당하다. 하지만 이미 관객들이 기대하는 바가 분명한 상황에서 그 한 방을 너무 늦게 터뜨린 탓에 결국은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스토리가 자아내는 아쉬움의 크기 역시 상당하다. 지난해 이맘때 개봉한 <악녀>나 여러 의미에서 큰 충격을 안겨줬던 <경성학교>에 비해서는 더욱 인상적인 여성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이 시리즈가 무사히 계속 이어지기를 응원하게 만들지만, 손익분기점이 280만 명이라는 이 영화가 그만큼의 흥행에 성공할지에 대해선 쉽게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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