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
칸영화제를 비롯 해외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영화 <오! 루시>. 영화는 의지할 그 누구도 없던 세츠코가 겪는 외로움과 사랑의 감정을 인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분명 관람하는 동안에는 찝찝하게 다가오는 구석도 적지 않았는데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 쓸쓸한 여운을 자아내는 영화였다고 할까.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투신자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친구도, 가족도 없이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중년의 여성 세츠코의 일장춘몽을 쓸쓸하면서도 독특하게 그려낸다. 조카 미카의 권유로 영어 학원에 다니게 된 세츠코는 그곳에서 그녀에게 너무나도 친절한 남자 존을 만나고 단숨에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던 존이 미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나버렸다는 소식을 들은 세츠코는 언니 아야코와 함께 존을 찾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세츠코가 존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일본에서의 이야기를 1부라고 한다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존을 만나는 미국에서의 이야기가 2부이자 영화의 주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존이 조카와 함께 떠나온 것을 알면서도 오랜만에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해 준 존을 쉽게 잊을 수 없던 세츠코의 사랑을 찾기 위한 외로운 고군분투는 참 씁쓸하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때때로 존을 향한 세츠코의 구애는 지나친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후반부에 드러나는 조금은 당혹스러운 전개까지 지나고 난 후 세츠코의 행동은 마냥 100% 이해하기는 힘든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황당한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분명 어딘가에 존재할 세상 모든 세츠코들에게는 그런 작은 관심과 친절도 모든 걸 바칠 수 있을 만큼 소중한 감정으로 다가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물씬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극도의 고독함 속에서 살아가는 세츠코를 섣불리 응원하게 만들지도, 그녀에게 함부로 연민과 동정을 느끼게 만들지도 않는다. 오직 그녀가 겪는 다사다난한 며칠간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풀어낼 뿐이다. 어쩌면 그렇기에 조금은 쉽게 공감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울 수 있는 영화는 제법 기나긴 여운을 선사하는 엔딩 시퀀스를 통해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작은 위로의 메시지를 선보인다.
그저 답답하고 황당하게만 느껴질 수 있을 세츠코라는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테라지마 시노부와 스크린으로는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조쉬 하트넷의 호연이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세츠코와 존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야코 역의 미나미 카호의 연기도 두드러진다. 여기에 극의 초반부와 후반부, 영화의 활력을 더해주는 야쿠쇼 코지의 연기 역시 매력적이다.
정리하자면 전혀 예상치 못한 스토리라인이 선사하는 당혹감은 분명 적지 않았지만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세츠코에게,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와 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이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위로를 선사한 영화의 분위기는 제법 매력적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