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글쓰기 전설들》(조문희 외 3명)을 읽고
한때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 같은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한 소재를 더 이상 파고들 수 없다고 느껴질 정도까지 연구해서 이야기를 짜맞춘 작품이다. 향유고래 한 마리에서 기름이 얼마나 나오는지, 그 기름을 드럼통에 담으면 몇 통이 나오는지, 숙련된 고래 사냥꾼은 목표물을 낚기 위해 어떤 순서를 따르는지 등... 중간중간 사냥당하는 안쓰러운 고래의 입장에 이입되어 고통이 전해져오는 구간도 많았다. 그만큼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몰입감을 높인 역작이다. 어느 해인가 명절 연휴에 새벽 4시가 넘도록 도서관에 앉아 밤새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건대 《모비딕》에 깃든 '논픽션'적 요소가 내 마음을 이끌었던 듯하다. 소설은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잇는 연결점을 만들지만, 논픽션은 심층 취재를 통한 팩트로 그것을 만든다. 이것이 픽션과 픽션이 아님을 구별하는 길이다. 《논픽션 글쓰기 전설들》에는 해당 장르에 잔뼈가 굵은 작가들의 인터뷰가 담겼다. 주로 수십 년간의 기자의 이력을 바탕으로 갈고닦은 취재력을 발휘한 글쓰기 꾼들. 특유의 집념과 신조로 '논픽션'이라는 장르를 빚어온 작품들이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로 탄생하기도 했다. 〈남산의 부장들〉〈밀정〉〈공작〉이 그것.
쓰고 싶은 글을 찾기 위해 문뜩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 마음이 동해서 읽은 모든 작품의 특징을 수치화하여 그래프 위에 표시하고자 한다. 먼저 소설과 논픽션, 논문 그사이 어디쯤에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다는 것은 이미 깨달은 사실이다. 나는 세 장르의 특징을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소설적 특징이란 스토리와 버무려진 미문을 얼마나 절묘하게 썼는지다. (미문에 대한 욕심이 많다.) 논픽션적 특징이란 자료 조사를 통해 팩트를 체크하는 과정이 얼마나 치밀한지에 관한 것이다. 끝으로 논문적 특징이란 별개의 사실을 종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지점으로, 상상력이 발휘되는 지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소설'과 '논픽션'과 '논문'을 X, Y, Z 축으로 하는 그래프 위에 읽은 작품들을 0부터 10 사이의 점수를 매겨 위치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오롯이 개인적인 의견으로 수치를 기입하는 것이다. 예컨대 《모비딕》은 (4, 10, 7)에, 《피로사회》는 (6,8,10)에, 《허송세월》은 (10,5,8)에 위치한다. 그렇게 작품이 밀집된 군집을 모아보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한층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으로 읽을 글은 조지 오웰의 논픽션 작품인 《카탈로니아 찬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