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잘 쓰는 법_52일 차
성의를 챙기는 일에는 에너지가 든다. 사람마다 각자의 게이지가 있어서, 충전하지 않는 한 쓰면 쓸수록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한 번쯤 진심을 담은 선물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안다. 선물의 목적을 정하고, 구성품을 기획하고, 메시지를 적고, 포장지를 고르고, 전할 타이밍을 맞추는 일. 여기에 선물을 받는 사람 수만큼 드는 에너지가 배가된다.
글쓰기에서도 예외는 없다. 나는 보통 1000자만 넘어가도 성의를 한결같이 유지하기가 어렵다. 일단 주의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주어와 술어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다거나 문맥에 맞지 않는 단어를 끌어다 쓰기도 한다. 오타는 다반사다. 만약 이변이 일어나서 오직 초고만을 완성본으로 쳐주는 법이 제정된다면, 나는 제대로 된 글을 단 한 편도 쓰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쓰는 모든 순간에 성의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은 도입부만 잘 쓰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적재적소에서 성의를 챙기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나는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성의를 기울이면 마음에 드는 글이 나왔다.
첫째는 번뜩이는 생각을 적을 때다. 얼개를 짜든, 소주제의 내용을 채우든, 적합한 인용구를 쓰든 글을 쓰다가 '그래 이 내용이 있었지!'라며 떠오르는 소재가 있다. 이를 문장으로 옮길 때는 반가운 마음에 각별히 유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성의가 들어간다.
둘째는 수정할 때다. 팩트 체크를 거듭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꼭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나 경험을 전하는 글이더라도, 당시 정말 그렇게 겪고 느꼈는지 기억이나 데이터에 비춰 세심하게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혼자 보는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정리하는 뇌》(대니얼 J. 레비틴 저)에 따르면, 우리 뇌에서 판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는 판단의 중요도를 따지지 못한다. 즉 눈앞에 있는 것부터 해치운다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성의를 조절하는 연습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그것이 곧 최대한 쉽게, 꾸준히 쓰는 길로 통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