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의 완전함

매트 위에서 내뱉은 숨

by Yoga Girl Sum

아로마향이 코끝에서 맴돌았다.

잔잔한 향기가 괜한 긴장으로 올라간 내 어깨를

살살 다독였다.

부드러운 크림색 커튼 뒤로 해가 지고 있었다.


매트 위에 앉아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를 포함해 다섯 명.

나에게는 오늘이 처음인데,

저분들은 이 고요에 얼마나 익숙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끊어낸 건

시작을 알리는 선생님의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부드러운 스트레칭으로 시작한 요가는

점차 내 몸 구석구석을 깨우기 시작했다.



이 동작은

몸에 과도하게 들어간 힘을 빼주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동작이에요.



선생님을 따라 날개뼈를 끌어내리고

가슴을 펴며 새삼 깨달았다.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게 훨씬 힘들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한 번도

이렇게 힘을 빼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언제든지 쨉을 날리도록 한껏 올라간 어깨는

좀처럼 쉽게 경계를 풀지 않았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내 몸 안의 공기를 다 빼내기라도 할 것처럼.


선생님처럼 자세에 깊게 빠지고 싶었지만,

이제 막 세상에 나온 내 몸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천천히, 그러나 깊고 정확하게

마침내 한 발로 선 선생님을 따라

고요함 속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동작을 하는 내 몸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휘청거렸다.

하지만, 어쩐지 속상하거나 부끄럽지 않았다.


휘청임 속에서 나는 더욱 깊이 내 몸에 집중했다.

천천히, 배에 힘을 주고, 숨을 내쉬면서, 중심을 잡고,

눈앞에 점 하나를 찍고 거기에만 집중해 봐.

할 수 있어.


사람들과 함께 있지만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고요함이 내 몸을 감싸 안았다.

동시에 몸 안의 피가 혈관을 타고

정수리 끝부터 발바닥까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묘한 시원함이 감돌았다.

온몸의 땀구멍이 문을 열고 숨을 내쉬는 게 느껴졌다.


아무도 주위를 의식하지 않았다.

아무도 옆사람과 비교하지 않았다.

누구도 두리번거리며 눈치 보지 않았다.

그곳에는 여섯 개의 각기 다른 우주가 있었고,

저마다 다른 속도와 색으로 물들어갔다.

모두가 자신만의 요가를 하고 있었다.

각자의 호흡으로 고요함을 쌓는 그 속에 나도 있었다.


나는 그중 가장 조심스러운 색으로,

아주 천천히, 조금씩 물들고 있었다.

나는 조금 어색했고, 천천히 편안해졌고,
무엇보다 아주 오랜만에 내 몸을 이해하고 있었다.



산스크리트어로 송장자세를 의미하는 ‘사바사나’.


수련의 맨 끝에 만나는 휴식이자

불필요한 힘을 이완시켜 주는 시간이다.

매트 위에 누워 담요를 덮고 안대로 눈을 가렸다.


시야가 완전히 가려졌다.

보이지 않으니 다른 감각들이 예민하게 살아났다.

코끝을 맴돌던 아로마향이 더욱 깊게 몸속으로 들어왔고,

몸 위의 가벼운 담요에서도 가벼운 무게가 느껴졌다.

힘을 다 빼고 편하게 누웠다 생각했는데,

더 내려놓을 것들이 남아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찌릿했다.

꽤 오래 그렇게 누워있었던 것 같았다.

그 순간이 조금 더 오래, 계속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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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힘을 빼도 돼.

그래도 네 몸을 지탱할 수 있어.


숨을 내쉴 때마다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손가락,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며

자세에서 빠져나왔다.

시야를 가렸던 안대를 벗고 천천히 빛에 익숙해질 무렵,

작고 하얀 토끼가 내 눈앞에 서있었다.


단순한 상상이 아닌,

이 고요한 세계에서 나를 이해해 주러 온 단 하나의 형상.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든든한 조력자.


나와 ‘숨이’의 첫 만남이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