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 앞에서 망설였던 날
오랜만의 외출에
바깥 풍경이 생경스럽게 느껴졌다.
그 낯섦 끝에, 내 시선이 머문 곳.
이국적인 야자수 그림,
파스텔색의 드림 캐처가 달린 입구,
각종 라탄 가구로 꾸며진 공간이
얇은 리넨 커튼 사이로 흐릿하게 보였다.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곳은 내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나에게는 오래된 로망이 하나 있다.
백발의 긴 머리 할머니가 되어,
꼿꼿한 자세로 물구나무를 서는 것.
그 로망은,
야자수 그림 앞에 선 지금의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 흘려보낸,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열아홉의 내가 수능을 마치고 한 첫 번째 일은
알바도, 음주도, 운전면허 취득도 아닌
요가원 등록이었다.
고요한 시간 속 오직 자신의 몸에만 집중하는
그 움직임이 어쩐지 어린 나에게는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처럼 보였다.
백발의 긴 머리 할머니가 나의 로망이라면,
요가는 내 동경이었다.
요가는 스스로와 진실되게 대화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에겐 그 시간이 절실했다.
나의 끈기 없음은
동경을 오랫동안 이어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때도 코끼리가 승리했다.
그리고 십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나의 동경을 다시 마주했다.
그렇게 들어가지 못하고 괜히 돌아 그곳을 굳이 지나가길 몇 차례.
마음속 어딘가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한 번 들어가 봐.
지금…?
커튼 사이로 반사되는 햇빛이 발끝을 간질였다.
나는 그 문턱에서, 몇 번을 망설였다.
궁금하잖아. 저 커튼 뒤의 세계가.
그렇긴 하지만… 어쩐지 용기가 나지 않는걸.
몇 발짝의 거리가 천 리처럼 아득했다.
우리 사이에는 아주 큰 강이 하나 있었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다리를 건널 용기도,
보트를 탈 기운도 없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나의 로망과 동경은 반쯤 깨어있는 채로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나머지 반을 깨워달라고 조용히 속삭이면서.
미처 다 깨어나지 못한 까닭은 언제나 그랬듯
코끼리 때문이었다.
나와 코끼리의 지루한 줄다리기는 끝나지 않았고,
대세는 언제나 코끼리 편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코끼리와의 일대일 승부에서
승산을 찾지 못한 나는
작은 아군들을 만들었다.
여전히 정이 안 가지만 늘 나를 도와주는 알약들.
코끼리를 대적하기에 충분하진 않았지만,
나는 뭐라도 해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나의 작고 소중한 아군들은
저마다 낼 수 있는 최선의 힘을 내주었다.
한 번 눈에 들어온 인상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깨어난 동경은 쉽게 잠들지 않았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코끼리와의 대결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나는 줄을 잡아야만 했다.
이번에는 그동안 무수히 반복해 온,
결과가 정해진 줄다리기가 아니었다.
나의 아군들과 함께 하는 첫 번째 대결이었으며,
동경에 닿을 기회가 그저 꿈으로만 그칠지
그 여부가 걸린 꽤나 중대한 승부였다.
그 줄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단 한순간,
손끝에 진동이 닿았다.
처음 느껴본 감각.
그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더 움직이고 싶어졌다.
어쩌면 코끼리는,
내 생각만큼 강하지 않을지도 몰라.
며칠이 지나 나는 아주 천천히,
커튼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내 안의 긴 숨결이 조용히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