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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쓰듯

태도의 디테일

by 공현주
다른 사람 대할 때는 연애편지 쓰듯했다. 한자, 한자 배려하고 공들였다. 남은 한 번만 잘해줘도 세상에 없는 은인이 된다. 그런데 백만 번 고마운 은인에게는 낙서장 대하듯 했다.

<폭싹 속았수다> 8화


22살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1년 동안 이곳저곳을 혼자 떠돌며 깨달은 게 하나 있었는데, 나란 사람이 빛이 났던 건 부모님 덕이었단 것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내가 잘나 혼자 빛이 나는 줄 알았다. 보이지 않는 모든 곳에서 나를 빛나게 하기 위한 그들의 헌신이 있는 줄도 모르고. 부모님을 떠나 나홀로 덩그러니 남게 되니 비로소 선명하게 보이던, 나 혼자 빛을 내려면 나는 아직 멀었구나.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감사함을 잊지 않으며 좋은 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전보다 조금 나아진 것일뿐 그 노력은 부족하여, 여전히 내 감정에 따라 부모님을 낙서장 대하듯 할 때가 있다. 러브레터를 쓰듯 부모님을 대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세상에서 제일 만만한 사람이 엄마아빠라 이기적인 딸은 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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