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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로부터의 혁신

태도의 디테일

by 공현주
'경험의 함정'을 피하고 싶었어요. 정말 해보지 않은 분야라서, "해보자"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사실 저는 제품 기획자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디자인 시안만 보고도 '된다, 안된다'가 어느 정도 가늠돼요. 그래서 종이컵 굿즈의 경우 "하지 말자"라고 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은지 님이 "한 번 더 해볼게요"해서 제작이 된 거예요. 부동산 거래도 '사장님이 저 가격에 안 해주실 것 같은데' 했는데 원 님이 가방 메고 나가더니 계약해 오셨고요. 0에서 1을 만들 때는 경험이 일종의 '함정'이 될 수 있는 거죠.

뉴믹스커피팀 폴인 인터뷰


경험은 양면적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실마리를 제시하는 양의 측면과, (경험을 해봤다는 이유로) 포기를 종용하고 가능성을 제한하는 음의 측면이 동시에 있다.


나는 꼰대를 가르는 기준이 ‘경험에 대한 과신’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경험이 모두 맞고 지금 세대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착각이 꼰대를 만든다. 그들은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나이가 들수록 나 또한 내가 한 경험에 빠져 취해있는 건 아닌지 더욱 경계하려 노력한다.


꼰대 경향의 리더가 조직을 맡으면 정말 위험해진다. (그 또는 그녀가) 했던 것 그대로, 리더의 경험이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확장되는 한계선을 만든다. 그 선 넘으면 다 죽어! 같은 거랄까. 경험에 기반한 결정만 하는 조직에서 무지로부터의 혁신이 나올 리 없다. 이런 조직은 물이 서서히 끓는지 모르고 물 안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개구리와 같다. 나의 성장을 위해 피하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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