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터의 일
기업의 모든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나가던 때가 있었다. 모두가 TV를 보고, 신문을 읽던 때. 그렇다면 지금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고 파편화된 매체가 존재한다. 메시지에 맞춰 가장 최적의 매체를 선정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도 홍보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콜드메일은 협업을 원하는 매체와의 첫 만남이다. 즉, 견적을 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협업이 유가이든 무가이든, 콜드메일을 보낼 때 나는 항상 두 가지 축을 고민하여 메일을 작성한다.
하나, 어떻게 하면 받는 이의 마음을 동하게 할 것인가
둘째, 어떻게 하면 윈윈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인가
구체적으로 콜드메일에 어떤 내용들을 담아야 할까. 실제 콜드메일을 쓸 때 필수적으로 포함하는 요소들을 정리해 봤다.
밀라논나, 이해인 수녀, 나태주 시인 등 딱 봐도 섭외가 어려워 보이는 유명인과 책을 만든 출판사 '김영사'의 김성태 편집자. 수많은 출간 제안 메일을 받았을 저자들을 섭외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하여 그는 이렇게 말했다.
최소한의 정확한 믿음을 드리기 위해 노력해요. 문장을 비옥하게 다듬고요. 저는 '저자의 사유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어요. 무언가를 좋아하면, 그 일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찾게 돼요. '좋아함을 공부한다'고 표현하는데요. 매번 궁리해서 그 방법이 일률적일 수가 없어요.
협업을 원하는 매체는 보통 실무자들의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해 후보군으로 추려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평소 콘텐츠를 소비할 때 향후 협업을 해보고 싶은 매체를 즐겨찾기 폴더로 관리한다. 매체와 협업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즐겨찾기를 열어보는데, 그러다 보니 즐겨찾기 매체 중 한 곳에 콜드메일을 보낼 때는 마치 오랜 시간 짝사랑을 했던 팬처럼 팬심을 가득 담아 첫인사를 건네게 된다. 최근엔 어떤 콘텐츠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가장 흥미로웠던 콘텐츠는 뭐였다거나 등. 지난해 협업했던 <트렌드라이트> 또한 매주 수요일 챙겨보는 매체로, 꼭 한 번 협업을 해보고 싶었던 미디어 중 하나였다. 협업 의사를 묻는 첫 메일에, 나는 물론 컬리 홍보실 사람들이 얼마나 트렌드라이트의 애독자인지 전하며 메일의 문을 열었다.
좋아하는 마음을 통해 모르는 사람에게서 메일을 받는 상대방이 약간의 경계심을 늦추도록 했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메일을 보낸 이유, 협업의 제안 배경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많고 많은 매체 중 우리가 왜 당신과 협업을 원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특히 나는 협업의 이유를 선명하게 정리하는 것이 협업을 하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브랜드 입장에서도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매체를 선정한 이유는 우리 브랜드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어떻게 녹여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매체를 선정한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우리가 이번 협업을 통해 어떤 결과를 내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이여만 하는 이유’가 흔들린다면 콜드메일을 보내기 전에 내부적으로 다시 합의를 하는 게 먼저다.
기대효과는 특히 무가로 협업을 제안하는 경우에 좀 더 공을 들여 설득한다. 유가로 협업을 진행할 경우 매체는 최소한 금전적인 이득을 얻지만, 무가로 협업을 제안받은 매체의 경우에는 "내가 굳이 왜?"라는 생각이 당연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협업을 진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를 명료하면서도 매력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경우, 매체 입장에서 (이 협업을 진행했을 경우) 자신들의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정보적 가치 또는 대의적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편이다. 일례로, 담당 브랜드에서 출시한 올리브유를 미식에 정통한 매체를 통해 홍보해야 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콜드메일을 보낼 때 내가 강조해 전달했던 건, 우리 브랜드 올리브유의 세세한 특징보다는 국내 올리브유 산업이 처한 환경과 매체의 독자들에게 올리브유 상품을 소개함으로써 어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였다. 아래는 실제로 협업이 성사됐던 콜드메일의 일부다.
메일의 말미에는 그래서 메일을 읽은 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마무리한다. 1)답변의 기한 2)협업 확정 전 사전 미팅 여부 3)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주로 포함한다. 협업을 거절하는 것 또한 의사결정이기 때문에, "진행을 원치 않으시더라도 회신을 꼭 부탁드린다"는 멘트도 붙이는 편이다.
시작이 끝을 만든다고 믿는다. 콜드메일은 그냥 거절 당하거나 씹힐 수도 있지만, 협업이 진행될 경우 이 소소해 보이는 메일이 협업의 과정과 결과를 만드는 초석이 됨은 확실하다. 우리 브랜드도, 협업 매체도, 서로가 윈윈하는 콜드메일을 원하는 분들께 이 콘텐츠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