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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 일 잘하는 동료가 가진 것

일터의 근육

by 공현주
동료가 복지다


주니어 때는 이 말의 뜻을 정확히 몰랐다. 그때는 주로 개인전을 했으니까. 스포츠로 치면 골프, 수영 같은. 개인의 역량이 곧 퍼포먼스라, 일 잘하는 동료가 옆에 있는 건 나쁠 건 없지만 그렇다고 또 엄청 (나에게) 좋을 일도 아니었다. 연차가 쌓이고 덩어리가 큰 일을 맡게 되면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났다. 내 옆 동료가 일을 잘한다는 건 내가 일을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됐다.


컬리에는 일 잘하는 동료들이 많다. 그들을 통해 배우고,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 즐겁다. 컬리에 와서야 '동료가 복지'인 이유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컬리 입사 2주년을 맞아, 그간 내 옆 일 잘하는 동료들을 관찰하며 배운 점을 기록해 봤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다'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일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일을 잘한다.

팀에서 축하해 준 입사 2주년 (w.3주년을 맞은 커뮤니케이션 본부장 성우님)


일하는 사람 이전에 쓰는 사람

내가 본 컬리의 일잘러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컬리의 충성고객이자 헤비 유저(heavy users)였다. 컬리라는 서비스를 '고객'으로서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다.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브랜드와 서비스를 잘 이해하게 됐고,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더 잘 알게 됐으며, 그래서 자신의 쓰임과 역할을 선명하게 찾을 수 있다 했다. 회사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고객의 만족과 행복을 위함으로 수렴한다면, 내가 고객인 브랜드에서 일한다는 것은, 더 좋은 브랜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길이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내가 하는 일이 경제적인 가치 외에도, 나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일이라면 그보다 더 큰 동기부여는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컬리에 와서 그 어떤 곳보다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직접 쓰고 애정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내가 실제로 경험해 보고, 좋은 상품이고 서비스라는 걸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알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전하려는 메시지의 밀도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매거진 <B> 조수용 발행인은 <일하는 감각>이라는 책에서 '감각의 시작은 마음가짐'이라 말한 바 있다. 어떤 서비스를 일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처음부터 일을 잘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깊고(I) 넓게(-) 판다

컬리의 일잘러들은 절대 넘볼 수 없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그 사람한테 가면 분명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줄 정도의,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특출난 성과 또는 경험 말이다. 더 놀라운 포인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시그니처 어치브먼트(signature achievement)를 닻삼아 계속해서 경험을 수평적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 컬리의 일잘러들은 T자형이다.


'connecting the dots'은 경험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주로 등장하는 말이긴 하지만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최근 발생하는 비즈니스 이슈들은 예측 불가하고 복합적이다. 하나의 전문성과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이슈를 입체적으로 보기 힘들다. 여러 분야의 지식들을 연결해서 종합적으로 사고할 때 비로소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문제를 잘 정의하고 풀 수 있는 힘은, 깊고 넓게 파야 가질 수 있음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정의부터 남다르다

컬리의 일잘러들은 자신이 하는 일(또는 프로젝트)의 의미와 이유를, 자신만의 언어로 명확하게 정의 내릴 줄 안다. 그 정의는 보통 일의 본질과 연결이 되기 때문에, 정의를 잘 내린다는 것은 곧 그 일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예를 들어, 멤버십 제도를 개편한다면 단순히 할인 쿠폰을 몇 개 더 넣고 어디와 제휴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들은 '멤버십'을 왜 사용하는지부터 질문을 던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정의하는 사람은 협업을 잘할 수밖에 없다. 협업의 성공여부는 함께하는 구성원들과 일의 목적과 목표를 얼마나 잘 나누고 동기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의 정의를 남다르게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일하는 이유'를 타인에게 설득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협업) 팀 전체가 일을 시작하고 지속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플러스를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컬리의 일잘러들은 대개 잘 듣고, 잘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니즈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것과 일치시킬 줄 아는 것, 그래서 상대방도 자신도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상태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을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마이너스로 만들고, 반대로 너무 상대방의 말만 들어주는 사람도 스스로를 마이너스로 만든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게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컬리의 일잘러들은 이 관점에서 매우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들이다. 그들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여러 팀이 얽히고설킨 대형 프로젝트, 팀 간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순간에 특히 빛을 발한다. 평행선을 달리다가도 그들로 인해 결국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 순간을 나는 꽤 많이 보았다. 그런 순간을 경험하는 날이면 좋은 커뮤니케이션 책 한 권을 읽은 듯이 배움으로 채워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입사 1주년에는 컬리에서의 1년을 돌아보며 라는 글을, 2주년에는 컬리의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다음 3주년에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 뭐가 됐든 또 다른 비움으로 채울 수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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