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셋의 우왕좌왕

미니멀하게 살기

by 우동고양이

남편이 한 번은 부엌 수납장 문을 여기저기 열어본다. 왜냐고 물으니 커피가 어디 있냐고 한다.

주인이 모른다고? 커피를 안 마시는 사람이니 그럴 수도

가족 모두가 공유하는 집이니 모두가 알 수 있게 물건을 재배치한다.

난 오픈 정리를 좋아한다. 사실 정리보다 보이는 물건이 전부라는 전제의 느낌이다.

창고가 없고 붙박이 장롱이 가장 큰 수납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장롱 안에는 옷과 계절 품목인 선풍기나 악기, 가방(배낭) 등은 옷과 같이 옷걸이에 걸어 두었다.

주방 수납장을 열면 자주 쓰는 것들은 바로 보이는 곳에 두고 알아야 하는 것들은 콕 집어 가르쳐 주기로 했다.

혼자 하는 정리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알 수 있는 보이는 정리다. 남자 셋이 언제든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요리하고는 담을 쌓던 남편도 슬금슬금 움직이고 제법 할 줄 아는 요리도 늘어간다. 내가 없어도 아이들과 맛있는 음식도 해 먹고 워낙 잘 놀아주던 아빠라 요리만 해결이면 난 걱정이 없었다. 특히 주방의 냉장고와 수납장의 식기만 한눈에 보여도 나를 부를 일은 적어진다. 그렇게 되니 남편의 요리 실력은 날로 늘려갔다. 두부조림에 비빔국수도 제법 잘 만들고, 생선조림까지 도전 안 하는 요리가 없어진다. 아빠의 요리에 아이들은 덩달아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고 나는 누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니 신이 난다.

주부는 원래 라면을 먹어도 남이 끓여주면 맛있다고 하더라. 나도 누가 차려주는 음식에 주말은 남편에게 양보한다. 이 요리 저 요리하는 남편의 요리에 오래 걸리던 시간도 국과 반찬을 동시에 할 줄 아는 번 요리사로 거듭났다. 요리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날개가 더 펴지는 일이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못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르다. 때에 따라서는 멋지게 나를 위한 식사도 챙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몇 가지 안 되는 음식에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완성했을 때의 만족감과 상대가 잘 먹어 줄 때의 기분은 해본 사람을 안다. 그러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요리 하나로 뭐가 그리 거창한가라고 하겠지만 요리라서 거창하다. 우리는 항상 먹어야 하고 무얼 어떻게 먹느냐에 기분과 행복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작은 손톱깎이도, 30cm 자도, 스템플러도 항상 어느 자리에 있는지 아는 우리 남자 셋이다.

물론 귀여운 막내 10살 아이가 제일 잘 안다. 알아듣기도 잘 알아듣고 심부름도 잘해 주고 한다.

남편의 센스와 물건 찾기는 다르다는 것도 알았고, 큰 아들의 섬세함과도 물건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어쩜 눈앞에 두고도 못 찾는 건지, 신기해하며 보기 쉽고 찾기 쉽게 놓아둔다.

나를 위한 요리를 기꺼이 할 줄 아는 그런 멋진 남자로...

난 내 아들들이 자신을 위한 멋들어진 파스타 요리나 된장찌개 정도는 자신을 위해 근사하게 차릴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물론 때가 되면 하겠지라고 믿지만 해 본 것과 못 해서 안 하는 것은 다르다고 믿는 엄마이기에 아이들을 응원한다.

독립적이고 자신을 아낄 줄 아는 남자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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