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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동고양이 Jul 08. 2021

타고난 건강 체질

사라진 남편


중국 청도에서 남편이 손목을 다쳤다. 

혼자 끙끙하던 시간과 어찌해야 할지 모르던 그는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해 나갔다. 동료들은 침을 권했지만 남편은 바늘에 은근히 어린아이 같은 반응이다. 어울리지 않게 주사나 침을 극도로 무서워한다. 내 보기엔 엄살 같아 보인다. 어울리지도 않는다. 사실 어리광으로 보여 난 씽끗도 안 한다. 그런 사람이 헌혈을 밥 먹듯 어떻게 했데?  웃긴다. 뭐가 안 맞는다. 남편은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고 하지만 내 보기엔 어리광이다. 그렇게 손목이 아파 회사 동료가 병원에 같이 가주며 침을 맞아보라고 권한 여러 사람들처럼 한의원에 갔다. 주사를 무서워하는 사람인데 손목에 침을 맞았다. 침이 대와 침으로 손목을 관통했다. 나도 헉했다. 말만 들어도 소름인데 남편은 더군다나 무섭다고 한 사람이 얼마나 더 무서웠을까? 바늘은 본 순간 도망갈 수도 무를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냥 몸을 맡기며 어쩔 수 없는 표정이었겠지! 하지만 신기한 건 그렇게 침을 맞고 난 후다. 손목의 통증은 사라졌다. 그렇게 침에 대한 기억이 해피엔딩이긴 했지만 여전히 주사를 달가워하진 않는다. 


난 약 먹는 것보단 주사한 대가 금방 끝나서 좋던데, 여기서도 성격이 나온다.  꾸준히 하는 것보다 단발성에 오케이 하는 나와 다른 남편이다.


그렇게 한의원에 진맥을 하러 갈 일이 있었다. 우린 차례로 우리의 체질을 설명해 주시는 한의사분이 한 말씀들을 열심히 들었다. 남편은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고, 나는 앉으면 눕고 싶은 체질이라고 하신다. 아들이 궁금했다. 내 체질은 아니기를 바랐다. 아이는 다행히 엄마 체질은 아니라고 하신다. 천만다행이다. 타고난 건강 체질인 남편의 에너지를 난 따라갈 수가 없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밖으로 고고하는 남편을 내가 반의 반도 따라갈 수 없는 내 몸뚱어리다. 물론 이제는 남편도 예전 같지 않다. 타고난 건강 체질인 그 사람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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