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좀 마셔
술을 잘 마신다. 하지만 얼굴이 빨개지는 남편이다. 그럼 안 먹어야 하는 건데. 아마도 몸에 해독작용이 없을 듯싶다. 남편이 우리 집 첫인사 오던 날 아빠와 술을 마시면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던 날이 생각난다. 많이 도 마셨었고 다들 술 진짜 잘 마신다고 했던 날이다. 남편은 신기하게도 그날 빨게 지기는커녕 처음부터 갈 때까지 똑같았다. 남편이 술을 잘 마시고 술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도 먹어도 여간해서는 취해서 오지 않던 남편은 건강 검진하고 나와 식단을 하면서는 내가 마시지 말라고 당부도 많이 했었다. 내 말을 존중해 주던 남편도 회식이나 친구 모임에서는 조절이 안되고 어쩔 수 없는 자리들이 많았다. 열심히 도시락 싸고 이것저것 먹는 것을 가려먹고 해도 한 번씩 술독에 빠지면 나는 힘이 빠졌다. 다 그만두고 싶었다. 재미도 없었다. 미안해하는 남편도 그날에 어쩔 수 없음을 후회하고 나하고 다투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세월이 흘러보니 남편은 술 해독작용이 없는 듯했다. 젊을 때야 정신력으로 먹는 것이고 이젠 안 먹고 못 먹는다. 그렇게 됐다. 마시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 자리들을 조절할 줄 알고 적당한 시간에 일어난다. 요즘은 술 문화도 예전보다는 많이 달라졌으니 남편을 술독에서 건져낸 셈이다.
본인은 어디 가도 이팔청춘이겠지만 내 몸은 내가 지키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고 누가 뭐래도 내 가정은 지켜야 하기에 남편도 목표가 생기니 이 생활을 즐긴다. 아이와 텃밭 가꾸고, 만들기 하고, 산책하고, 자전거 타고 멀리 가기, 함께 요리를 한다. 뭐가 중요하고 우선순위가 있게에 남편은 오늘을 산다.
열심히 살고 아이들이 항상 우선인 남편이 고맙다. 오늘은 남편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해야겠다. 분식이 그리도 좋은지 남편은 내가 만든 김밥과 떡볶이를 아주 잘 먹는다.
맛있게 먹으면 복이 온다고 했던가. 남편의 먹성은 어딜 가도 이쁨 받기에 오늘 떡볶이는 나도 많이 먹으라고 말해야겠다.
<떡볶이>
쌀떡, 어묵, 마늘, 대파, 양파, 양배추, 당근
고추장, 간장, 설탕
모든 재료 넣고 푹 끓여 다 같이 둘러앉아 후루룩 쩝쩝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