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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반디 Oct 19. 2023

프롤로그_현실을 인정하기로 한
이상주의자

돈 없이 아이 키우기 어렵다는 말에 반기를. 

아이들 키우기 어려운 세상이라고들 한다. 요즘은 이 문장 앞에 '돈 없이는'이라는 말이 숨어 있음을 자주 실감한다. 돈 없이는 아이들 키우기 힘든 세상이라는 게 씁쓸하고 또 안타깝다. 두 살 터울의 둘째를 낳고 고민 끝에 회사를 퇴사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던 내 월급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는 의미였고 정말 필요한 것에 돈을 쓰는 소비 관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덕분에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아이들 교육에 대한 기준, 중요하게 여길 가치'를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흔들릴 때도 많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불안해하고 내 상황을 원망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검소하게 생활할까 찾아보는 것도 중요했다. 중고 책방에서 유아 전집을 구입하고, 장난감 도서관을 이용하기도 하며 중고 장터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동네 놀이터와 뒷산, 차를 타고 좀 가더라도 아이들이 놀기에 꽤 괜찮은 공원을 찾아다니다 보니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어릴 때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은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놀이공원이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장소, 키즈파크 등은 연례행사라 할 만큼 가끔씩 찾아다녔는데 아주 가끔 가는 곳이니만큼 아이들은 정말 신나게 놀았다. 


어릴 때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는 자연. 


사실 몇 년 전부터 캠핑을 하게 된 이유에는 경제적인 측면도 있었다. 어딜 놀러 가려면 1박에 십만 원, 이십만 원이 넘는 숙박비를 내야 하지만 캠핑장은 1박에 4,5만 원이면 된다. 캠핑 장비를 사기 위해 초기 비용이 좀 들긴 하지만 이마저도 꼭 필요한 물품만 최소한으로 구입하고 발품을 팔아 중고 장터를 이용하면 리조트나 괜찮은 펜션 며칠 자는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요즘은 캠핑장에 트램펄린이나 놀이터, 잔디밭, 물놀이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도 많으니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들이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차에 짐을 싣고 텐트 치고, 미리 예약도 해야 하고 몸이 좀 고되긴 하지만, 운동한다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어하는 마음이다. (물론 부부가 뜻이 잘 맞아야 하지만, 처음에 캠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남편도 오히려 점점 더 캠핑을 선호한다. 우리에겐 자연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믿으며.) 


3년 전부터 시작한 캠핑.


그렇게 잘 찾아보니 아이들과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 자원도 많았다. 여름에는 다들 워터파크 가는데... 풀빌라에서 프라이빗하게 애들하고 수영하는 가족들이 부러울 수도 있지만. 풍족하게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마음만 덜어낼 수 있다면 생각보다 궁상맞지도 않고 오히려 성취감 같은 것도 있다. 


이렇게 아이들이 어릴 때는 '가진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나름 유쾌하게 육아를 했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7세 반까지 있는 어린이집을 다니며 유치원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유치원에 다니면 더 배우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고, 학교 적응을 더 잘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초등 전에는 아이들이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이 최고라는 생각이었다. 


지금 아이들이 초등 3학년, 1학년인데 '사교육'이라는 커다란 장벽을 경험하며 어떻게 헤쳐나갈까 궁리 중이다. 프리랜서로 매달 조금씩 벌고 있긴 하지만 남편 수입에 의존하는 외벌이나 다름없으니 두 아이가 다니는 유일한 학원, 합기도 비용도 부담스럽긴 하다. "아이가 좋아하고 다니고 싶어 하니 다른 학원도 보내줘야겠다"는 건 우리 집에서는 쉽지 않다.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충분히 뒷바라지해주지 못해 미안해' 

'엄마 아빠 능력이 이것밖에 안 돼서...' 

'아이는 의지가 많은데 교육비 때문에 고민하는 상황이 슬프고 미안하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학교 들어가기 전,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무엇일까를 많이 생각해 보고 책도 찾아보며 마음공부를 했다. 지금도 그 성찰의 과정은 멈추지 않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며 눈 가리고 귀 막지 않는 이상 부모는 계속 마음을 갈고닦아야 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며, 특히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난 뒤 "현실이 그렇다"는 말을 경계하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과 현실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떠밀리듯 끌려가지 말자는 다짐이었다. 애당초 '남들만큼' 할 여력이 안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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