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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Cortado and Noisette

: and London Fog and Americano Misto

by 낙타

몽 피투에 면접을 보고 나서 실전 면접인 트라이얼을 보기 전날, 사장인 T는 내게 한 번 쭉 읽어보고 오라며 가게 매뉴얼을 이메일로 보내주었다. 그래서 매뉴얼을 쭉 살펴보는데 음료 제조 파트에서 몇 가지 낯선 이름들을 발견했다.


코르타도(Cortado)?


매뉴얼에 적혀있는 레시피를 보면 분명 에스프레소랑 스팀 된 우유를 섞는 것 같긴 한데, 한국에서는 도통 본 적이 없는 메뉴였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메꿀 겸 카페에서 줄창 아르바이트를 해왔기 때문에 우유 빙수, 흑당버블티, 크림브륄레 라떼, 카야토스트, 아인슈패너 등 별에별 걸 다 만들어봤는데 그런 내게도 코르타도는 전혀 생소한 메뉴였다.


이런 메뉴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언젠가 분명 마끼아또(Macchiato)라는 게 스타벅스의 캐러멜 마끼아또와 달리 그냥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얹은 거라는 이야기까지는 들었는데, 누아젯(Noisette)은 또 뭔가? 아메리카노야 커피 마시면서부터 줄창 마셔서 뭔 줄은 알겠는데 아메리카노 미스토(Americano Misto)? 런던 안개(London Fog)는 또 뭐야? 그렇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메뉴가 얼추 5개 정도 있었다.


메뉴의 정체는 점차 일을 시작하고 내가 그 메뉴를 만들어 보면서 밝혀졌다. 코르타도는 라틴 아메리카나 스페인식 라떼인데 에스프레소와 스팀 우유의 비율이 1:1 정도로 아주 진한 라떼이다. 누아젯은 마끼아또랑 비슷한데 스팀 한 우유의 거품이 아니라 스팀 한 크림의 거품을 올리고 그래서 가격도 조금 더 비싸다. 아메리카노 미스토는 아메리카노에다가 스팀 된 우유를 붓는 건데 카페 오레(Cafe Au Lait) 같은 맛이 난다. 그중에서 제일 낭만적인 것은 런던포그인데, 진하게 우려낸 얼그레이 차 위에 스팀 한 우유를 부어서 안개(스팀 한 우유) 낀 런던(얼 그레이 차)을 형상화한 것 같다.


비스트로 겸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서버로도 일하고 캐셔로도 일하긴 하지만 어쨌든) 쉬는 날이 되면 밴쿠버에 있는 카페 이곳저곳을 한 번씩 탐험하는 게 취미였다. 그래서 알게 된 거지만 어딜 가든 코르타도, 누아젯, 아메리카노 미스토, 런던포그는 다 팔고 있다는 거였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기본적이고 대중적인 메뉴였구나?


요즘 새로 부임한 매니저 ER가 “캐나다에서 무슨 커피가 제일 맛있냐”라고 묻길래 “코르타도가 제일 맛있다”라고 했다. 나는 캐나다에 와서 처음 먹어본 커피였고 무엇보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과 우유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지는 게 마음에 들었다. 커피를 잘 아는 베트남인 매니저 K도 일하다 보면 꼭 한 잔씩 마시는 게 코르타도였다. 라떼를 한없이 농축시킨 맛이랄까. 내가 ER에게 한국 카페에는 코르타도도 런던포그도 없다고 했더니 신기하다는 듯 대체 그게 왜 없냐는 눈치였다. 글쎄, 어쨌든 내가 7년 넘게 일해온 카페들은 없던데.


코르타도가 뭔지 궁금하시다면 카페에 가서 “라떼이긴 한데, 에스프레소에 스팀 된 우유를 1:1로 넣어주세요.”라고 말하면 될 것 같다. 가격 대비 양이 너무 적어서 가성비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맛은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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