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o, Again!
몽 피투에서 일할 때마다 사람들이 레귤러 커스토머(Regular Customer)라는 단어를 쓰길래 저게 뭔가 했는데, 알고 보니 단골손님들을 뜻하는 거였다. 비슷한 예로 레귤러 원(Regular One)이라고 하면 “늘 먹던 거” 정도의 의미이다.
몽 피투의 평일에는 단골손님들이 꽤 많다. 조금 일해 본 결과 눈치챈 것은 주말에는 대부분 신규 손님들을 통한 장사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평일에는 대부분 단골손님들에게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내가 생각나는 단골손님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더니 한 30명 가까이 나왔다. 하도 많이 보다 보니 힘을 들이지 않고도 누가 누군지 이름이 외워질 정도였다.
사장인 T는 나와 면접을 할 때 “몽 피투에는 꽤 부유하고 멋진 고객들이 많이 방문해”라고 말하며 자신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 대한 프라이드를 내비쳤는데, 실제로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닌 듯, 가만히 보면 꽤 부유하고 멋진 고객들이 많이 방문했다.
S는 의사다. 키가 크고 몸집이 크지만 얼굴은 날렵하고 항상 웃는 얼굴의 유쾌한 할아버지다. 그런데 눈빛만큼은 형형하니 살아있는데, 알고 보니 명예의 전당에 까지 올라간 척추 수술의 대가라고 한다. 가게의 모든 직원들이 S의 이름만 들으면 그가 항상 자신의 머그컵을 들고 다니며 식사를 할 때는 따듯한 접시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M은 풍채가 좋은 할아버지다. 맨날 오면 뜨겁게 달군 겁에 뜨겁게 달군 라테를 달라고 하고, 스콘이나 빵을 같이 곁들여 먹는다. 주로 아침에 와 혼자 앉아서 드라마를 보고는 하는데, 알고 보니 근처 프랑스 레스토랑의 사장님이란다. 어쩐지 옷을 입는 센스가 예사롭지 않았다.
S와 친해 보이는 M은 치과의사이자 변호사다. J는 그냥 누나 같은데 알고 보니 변호사다. 이런 인물들이 수두룩 빽뺵이다. 사장인 T말로는 전에 프랑스 대사가 왔다 갔다는데, 그것도 사실이려나.
항상 공사장 옷을 입고 와서 핫초콜릿을 시키는 S는 요즘 자주 오기 시작한 단골이다. D는 항상 디카페인 모카에 뺑오쇼콜라(Pain Au Chocolat)나 대니쉬(Danish)를 주문하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디카페인 라떼를 달라고 해서 솔직히 좀 놀랐다. C와 M은 친구인지 커플인지 모르겠는데 항상 같이 온다. 남자인 M이 스윗하고 잘생겼다. 또 다른 M은 가정이 있는 아저씨 같은데 항상 차갑게 식힌 에스프레소에 크림 조금을 넣어 마신다. 나도 마셔봤는데 진한 에스프레소에 넣은 크림의 조화가 놀라웠다. 요즘은 잘 오지 않지만 항상 오트 라떼를 주문하던 C는 노란색 비니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고, 오랜만에 만난 M은 나에게 처음 내 이름을 물어봐주었던 사람이다. A는 항상 라떼를 시키고, N은 항상 크림을 넣은 아메리카노를 시킨다. M은 키가 멀쑥하게 크고 스타일리시한 남성인데 정말이지 젠틀맨 그 자체다. J는 항상 아들 혹은 남편과 오는데 뜨겁게 달군 핫초콜릿을 거품 없이 먹는 걸 선호한다. 그 외에도 M, K, R, C, L, L…….
어떤 단골들은 새롭게 생겨나고, 어떤 단골들은 어딘가로 떠나가며, 어떤 단골들은 다시 찾아온다. 일을 하다가 바쁜 와중에도 단골들의 얼굴을 보면 괜히 커피를 뽑다가 “Hello, Again!”하고 매장이 떠나가라 소리 높여 인사한다.
문제는 단골이 될락 말락 한 사람들이긴 하다. 분명 전에 본 얼굴이긴 한데 이름을 외우지 못했을 때 입이 달싹거린다. 그럴 때마다 괜히 모르는 척 “Could you give me a name?”한다. 그러고는 다음엔 꼭 이름을 외우리라 다짐하며 커피를 뽑는다.